BOE 외에 비전옥스, 티얀마, CSOT 등 다른 중국업체들의 점유율을 합산하면 올해 2분기 기준 50.2%로 LCD에 이어 플렉서블 올레드 시장점유율도 중국이 한국을 넘어서게 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이폰용 올레드를 거의 독점적으로 공급했던 위치에서도 내려오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이폰13과 아이폰14 올레드 패널의 약 70%를 공급했으며 특히 아이폰14에서는 지난해 6~8월 올레드 패널 초기 물량의 82%를 담당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LG디스플레이 12%, BOE 6%와 비교해 압도적인 점유율로 이들이 초기 수율(완성품 가운데 양품 비율)을 확보하지 못한 영향이었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와 BOE가 공정 안정화에 성공하면서 올해 하반기 출시되는 아이폰15에는 LG디스플레이가 30%, BOE가 20%의 수준까지 아이폰 올레드 점유율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아이폰 올레드 점유율이 처음으로 50%까지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궈밍치 대만 TF인터내셔널증권 연구원은 올해 초 “BOE의 2023년 아이폰용 디스플레이 출하량은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며 “이르면 2024년까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를 제치고 새로운 아이폰의 최대 디스플레이 공급업체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중국기업들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올레드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LCD 때처럼 올레드에서도 결국 중국에 주도권을 넘겨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때 LCD는 국내 디스플레이업체가 장악했지만 2022년 기준으로 LCD는 중국업체들의 점유율이 67%까지 올라왔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2022년 상반기 LCD 사업에서 전면 철수했다.
올레드는 그동안 국내업체들과 중국업체들의 기술력 격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을 분야로 꼽혔다. 올레드 패널은 액정표시장치(LCD)보다 훨씬 정교한 노하우가 필요한데 중국업체들은 올레드 관련 노하우와 인력 모두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은 중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올레드 연구개발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할 수 있었고 고가의 연봉을 제시함으로써 부족한 인력도 단기간에 확보했다.
시장조사기관 DSCC의 다무라 요시오 아시아사업부장은 일본 닛케이아시아와 인터뷰에서 “2018년경부터 중국 기업들이 삼성을 비롯한 한국 기업에서 엔지니어를 대거 채용해 부족한 부분을 메웠다”고 설명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의 중소형 올레드 기술격차는 2년 정도로 대형 올레드(4~6년) 기술격차보다 훨씬 줄어들었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4월 8.6세대 IT용 올레드(OLED) 생산에 4조1천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도 중국업체의 추격을 의식한 결정인 것으로 분석된다.
태블릿PC와 노트북 등 IT기기에 고부가 제품인 올레드 탑재가 늘어나는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면 중국업체와 격차를 다시 벌릴 수 있다. 태블릿PC와 노트북은 스마트폰보다 더 큰 패널에 장착되기 때문에 수익성이 높다.
▲ 시장조사기관 스톤파트너스에 따르면 중국 디스플레이업체들의 스마트폰용 올레드 시장점유율은 2023년 2분기 기준 50.2%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 비즈니스포스트 >
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 5월 마이크로 올레드(OLED) 기업 이매진(eMagin)을 인수한 것도 다음 먹거리를 찾기 위한 움직임 가운데 하나다.
마이크로 올레드는 기존 중소형 올레드 패널의 해상도를 증강현실 기기 특성에 맞게 개선한 디스플레이로 최근 애플이 공개한 XR(확장현실) 기기 ‘비전프로’에 활용됐다.
강민수 옴디아 수석연구원은 올해 2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3 디스플레이 기술로드맵 발표회'에서 “올레드 시장은 한때 한국 기업들이 점유율 100% 차지한 적이 있을 정도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중국에 잠식당하고 있다”며 “IT 디바이스를 중심으로 올레드 신기술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바라봤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