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룸이 매물로 내놓은 하이투자증권의 인수전이 정부의 초대형 투자금융(IB)회사 육성방안에 힘입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가 2일 자기자본 3조 원·4조 원·8조 원을 보유한 증권사를 대상으로 각각의 단계에 맞춰 추가 신규업무를 허용하는 방식의 초대형 투자금융회사 육성방안을 내놓으면서 하이투자증권 인수전에 참여할 후보들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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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익수 하이투자증권 사장. |
하이투자증권은 1분기 기준으로 자기자본 7139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자기자본 1조 원대 중반인 하나금융투자(1조7912억 원)·대신증권(1조7082억 원)·메리츠종금증권(1조6676억 원) 등이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라이선스 취득을 준비할 후보들로 거명되고 있다.
증권사가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을 얻으려면 자기자본 3조 원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을 얻으면 인수합병 자금을 빌려주는 기업신용공여나 헤지펀드의 대출과 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 헤지펀드 전담중개업(프라임 브로커리지)을 수행할 수 있다.
금융위가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인 증권사에게 어음발행과 외국환업무 등을 허용하기로 하면서 자기자본 3조 원대인 증권사들도 하이투자증권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생겼다.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이 합병해 탄생할 KB증권은 자기자본 3조9천억 원을 보유하게 된다. 삼성증권은 자기자본 3조4천억 원, 한국투자증권은 3조2천억 원을 소유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2조5천억 원)는 5천억 원 규모의 증자를 끝내면 자기자본 3조 원대에 턱걸이하게 된다.
통합 미래에셋대우(6조7천억 원)나 NH투자증권(4조5천억 원)이 자기자본을 장기적으로 8조 원까지 확충하기 위한 방법으로 하이투자증권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푸싱그룹이나 안방보험 등 해외 금융자본도 하이투자증권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다. 하이투자증권 매각주간사인 EY한영회계법인은 최근 중국과 일본계 자본에도 투자제안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투자금융회사 육성방안에 힘입어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저울질할 증권사들이 더욱 늘어난 셈”이라며 “현대중공업그룹이 매각요건을 조정할 경우 하이투자증권 인수전이 더욱 흥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하이투자증권 지분 85.32%를 6천억~7천억 원에 매각하기를 원했지만 이 기대가격은 시장의 평가보다 지나치게 높다는 말이 나온다. 이 때문에 현대중공업그룹이 경영권 지분인 50%+1주만 파는 방식으로 매각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