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문에 낸드플래시 2위, 4위 기업인 키오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은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합병 논의를 서두르고 있다.
만약 웨스턴디지털과 키오시아가 합병에 성공하게 된다면 2023년 1분기 기준 단순합산으로 낸드플래시 점유율은 36.7%로 1위인 삼성전자(34%)도 넘어서게 된다.
메모리반도체 특성상 높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기업은 규모의 경제효과를 통해 업황 주도권을 갖출 수 있고 고객사와 단가 협상에도 유리해질 수 있다.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시장 영향력도 더욱 줄어들 수 있다.
낸드시장의 지각변동 가능성을 고려하면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 경영정상화를 서두를 필요성이 더욱 커진 셈이다.
노종원 솔리다임 대표는 올해 5월 ‘적자 늪’에 빠져있는 솔리다임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노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솔리다임 최고사업책임자(CBO)를 맡아 새로운 사업 기회 발굴과 대외 파트너십 업무를 주도해왔는데 대표이사까지 맡아 솔리다임의 사업을 최적화하고 SK하이닉스와 시너지 창출을 본격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노 대표는 솔리다임 경영에 집중하기 위해 SK하이닉스 사내이사에서도 물러났다.
▲ 솔리다임이 2023년 5월에 출시한 기업용 SSD 신제품 ‘D5-P5430’. <솔리다임>
노 대표는 최근 각광받는 인공지능(AI)서버 시장에서 솔리다임의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까지 데이터센터 저장장치는 SSD보다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 비율이 훨씬 높다. 저렴한 가격과 가격 대비 높은 용량으로 인해 데이터센터에서 HDD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90%에 이른다.
하지만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의 발전으로 저장장치도 속도와 성능이 중요해지면서 데이터센터에서 고성능 SSD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SSD는 HDD보다 발열, 소음이 적고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르다.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그래픽처리장치(GPU)인 H100만 해도 일반 서버 대비 낸드플래시가 4~5배 이상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솔리다임이 5월에 출시한 기업용 SSD 신제품 ‘D5-P5430’도 이와 같은 수요를 겨냥한 것이다.
D5-P5430은 기존 제품보다 저장 밀도를 1.5배 높이고 에너지 비용은 18% 절감해 일반 저장 솔루션의 총비용을 최대 27%까지 절감할 수 있다. 이는 인공지능 서비스의 발달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운용비용 부담을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D5-P5430은 데이터를 장치에 저장하는 ‘쓰기’보다 저장한 데이터를 밖으로 빼내는 ‘읽기’에 특화돼 있어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운영에 활용될 때 효율이 좋다.
빌 파노스 솔리다임 프로덕트 마케팅 매니저는 D5-P5430를 소개하며 “인공지능(AI) 연산 작업 등으로 처리해야 할 정보 양이 늘어난 데이터센터 고객사들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용 SSD 시장은 향후 3년 동안 연평균 10%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기업용 SSD 시장은 연평균 12.7%씩 성장해 2026년에는 336억4500만 달러(약 44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