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전자가 전장용 첨단반도체 설계 기술의 내재화에 속도를 내면서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로 삼성전자와 TSMC 가운데 어디와 협력을 할지 관심이 모인다. |
[비즈니스포스트] LG전자가 전장(자동차 전자장비)사업 확장에 맞춰 전장용 첨단반도체 설계 기술의 내재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는 과거 협력했던 전례와 전장사업에서 경쟁관계 등을 고려해 삼성전자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사업부보다는 대만 TSMC와 전장용 첨단반도체 생산에서 협력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2일 LG전자에 따르면 전장용 첨단반도체와 관련한 다양한 기술인증을 확보한 데 이어 최근에는 글로벌 인공지능 칩 개발사와도 손잡으며 자체 설계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고가 80조 원에 이르는 등 전장사업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데 전장용 반도체 설계 역량도 내재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LG전자가 전장사업을 확장하면서 전장용 반도체를 자체 설계하면 파운드리업체에 생산을 맡겨야 하는데 전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보다는 TSMC와 협력할 여지가 크다고 바라본다.
LG전자가 TSMC와 협력할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으로 우선 전장 관련 기술유출 우려가 꼽힌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TSMC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모토를 내세우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제작과 설계, 파운드리를 모두하고 있어 기술유출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는 팹리스(반도체설계업체) 고객과 경쟁하는 구도가 나타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분석했다.
더구나 삼성전자가 계열사 하만을 통해 전장사업을 키우고 있는 경쟁자라는 점도 LG전자에게는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전장용 반도체 시장은 자율주행 및 전기차 기술이 확장되면서 전장사업의 핵심요소로 부상하고 있어 기술경쟁이 첨예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욜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장용 반도체 시장은 2021년 440억 달러(약 57조 원)에서 2027년 800억 달러(약 105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장용 반도체가 LG전자의 전장사업에서 핵심경쟁력으로 작용할 뿐 아니라 미래 먹거리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는 셈이다.
이전에도 LG전자는 첨단반도체 설계를 내재화하면서 대만 TSMC와 협력한 선례도 있어 지속적 파트너십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LG전자는 2019년 인공지능 시스템온칩(SoC) ‘LG8111’을 시작으로 2021년 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 ‘LG8211’ 등의 생산을 맡겼다.
다만 전자업계 일각에서는 삼성그룹과 LG그룹이 TV용 올레드 분야에서도 협력할 것으로 전해진 만큼 LG전자가 전장용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를 삼성전자에 맡길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삼성전자가 첨단 파운드리 공정 수율을 꾸준히 높이며 고객사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장용 반도체 분야는 자율주행 시대를 맞아 더욱 미세한 공정을 필요로 할 것으로 예상돼 LG전저가 7나노 이하 첨단공정에서 생산단가를 높게 잡고 있는 TSMC와 협력을 지속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LG전자는 최고기술책임자(CTO) 아래 SIC센터를 중심으로 첨단반도체 설계와 개발에 고삐를 죄고 있다. 최근에는 캐나다 인공지능 반도체 업체 텐스토렌트와 손을 잡으며 기술 고도화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에는 독일 시험인증전문기관 TUV라인란드로부터 전장용 반도체 개발 프로세스에 대한 기능안전 인증을 받은 바 있다.
이 인증은 LG전자가 자율주행 등 첨단자동차의 전자제어장치(ECU), 마이크로컨트롤유닛, 전력관리반도체(PMIC)와 같은 다양한 종류의 전장용 반도체를 설계하고 검증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해 의미가 큰 것으로 여겨진다.
LG전자는 앞으로 반도체 설계 내재화에 속도를 더하는 한편 가격경쟁력과 기술보안 사이에서 경중을 따져 첨단 전장용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진경 LG전자 SIC센터장 상무는 지난해 5월 TUV라인란드로부터 인증을 받는 행사에서 “LG전자는 차량용 반도체 개발 프로세스를 성공적으로 구축하고 기능과 안전성까지 확보했다”며 “차량용 반도체는 앞으로 미래 자동차 산업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