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1일부터 쌀 시장이 전면 개방된다. 정부는 농민 피해를 막기 위해 300∼500%의 관세를 적용하고 수입물량이 과도할 경우 특별긴급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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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
그러나 야당과 농민단체가 정부의 쌀시장 전면개방에 반대하고 있어 앞으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쌀 산업의 미래를 위해 관세화가 불가피하고도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내년 1월1일부터 쌀시장을 전면 개방한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쌀시장을 개방한다고 해서 무조건 쌀 수입을 용인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하게 많이 들어오는 의무수입물량(MMA)를 줄이겠다는 뜻"이라며 "만일 수입물량이 급격히 늘어날 경우 특별긴급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쌀시장을 개방하되 고율의 관세를 매겨 농가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전문가들이 300~500%를 얘기하고 있는데 정부의 계산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며 “관세율에 대해 신중, 또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관세율을 오는 9월 말까지 결정해 세계무역기구에 통보하기로 했다.
이 장관은 "관세율을 300%만 부과하더라도 국산쌀 값보다 높아진다"며 "관세화되더라로 외국쌀 수입은 많지 않을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장관은 "관세율은 이후에도 절대 인하할 여지가 없게 확실한 방침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를 믿어달라"고 호소했다.
국내산 쌀 가격은 80kg 한 가마당 17만 원 수준이다. 미국 쌀의 국제가격은 우리의 반값인 8만 원 정도다. 만약 400%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쌀은 32만 원으로 오른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쌀 장을 개방한 대만과 일본의 관세율은 300~400% 정도다.
미국은 우리정부에 200% 수준의 관세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야만 가격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쌀시장 개방과 관련해 ▲쌀값 하락 및 농가소득 감소에 대비한 소득안정장치 보완 ▲수입쌀 부정유통방지대책 마련 ▲수입 최소화 및 생산기반 유지 등의 쌀산업 발전대책도 함께 내놓았다.
우리나라는 1995년과 2005년 두 차례에 걸쳐 쌀시장 개방을 유예했다. 대신 세계무역기구(WTO) 협약에 따라 정해진 양의 쌀을 수입해 왔다. 의무수입물량은 1995년에 비해 현재 약 20배까지 늘어났는데 이 물량은 쌀수급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현재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 중 쌀시장을 개방하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와 필리핀뿐이다.
정부는 국회보고를 거쳐 오는 9월 말까지 쌀시장과 관련한 수정사항을 WTO에 통보하고 올해 말까지 국내 법령 개정을 끝내기로 했다.
정부가 쌀시장 전면개방을 선언하면서 관세율과 수입물량 등을 구체적으로 정해놓지 않아 앞으로 이를 둘러싼 진통이 예상된다.
야당과 농민단체는 당장 의무수입량을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관세화를 더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농민과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도 한번 없이 쌀시장 전면개방을 독단적으로 발표한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독단적 불통농정이 농민들을 절망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은 한농연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했는데 허언이 되고 말았다"며 "우리정부는 WTO와 제대로 된 협상을 하지도 않고서 수입쌀에 높은 관세율을 부과하겠다고 했는데 도대체 몇 %를 부과하겠다는 것인지 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추가적 쌀 수입에 반대하며, 이를 논의할 기구로 여당 야당 정부 농민단체가 참여하는 4자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쌀시장 개방에 반대하는 철야농성을 벌이기 시작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이날 성명에서 "정부의 쌀 개방 선언은 게으른 통상정책의 산물"이라며 "현상유지, 관세화 유예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쌀시장 개방에 동의하면서도 400% 이상 고율관세 적용, 의무수입물량 용도제한 철폐, FTA 등 다자간 무역협상의 양허 대상 품목에서 쌀 제외 등을 약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