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2023년 현재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은 '초토화'라고 볼 수 있다.
태양광부터 보면 2022년 웅진에너지 파산을 마지막으로 국내 태양광 사업은 사실상 끝났다는 시각이 많다.
점차 중국의 저가제품에 잠식되면서 시공업체들만 남는 식으로 가고 있다.
막대한 보조금과 시장을 등에 업은 중국 태양광 산업이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기술력에서도 한국을 압도한 결과다.
그래도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렸던 기업들은 살아남아 한국 태양광 산업의 명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먼저 2012년부터 미국에서 기회를 노려온 한화솔루션이 최근 기사회생을 했다.
한화솔루션은 당시 555억 원을 들여 독일의 태양광 셀 기업 큐셀을 인수했다. 이를 통해 세계 3위 태양광 셀 기업으로 떠올랐으나 오랜 적자를 견뎌야 했다.
2018년에는 미국 트럼프 정부가 외국 태양광 기업에 높은 관세를 매기면서 전 세계 태양광 산업이 침체되는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2022년 미국 바이든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발표해 재생에너지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중국제품 배제 정책을 펴기 시작하면서 투자에 대한 보답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2025년까지 약 3조2천억 원을 투자해 미국에서 모든 부품을 생산하는 통합 생산시설을 구축하기로 했다.
한화솔루션은 이곳에서 해마다 8.4 기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모듈을 만들어 낸다는 계획을 내놨는데 이를 통해 IRA 보조금 혜택을 매해 1조 원, 2032년까지 최대 8조 원까지 누릴 수 있다고 한다.
한화솔루션과 함께 한국 태양광의 희망으로 꼽혔던 OCI 역시 2022년부터 미국 투자를 늘리면서 동아줄을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OCI의 미국 자회사 미션솔라에너지가 약 570억 원을 투자해 1기가와트급 생산시설을 만들 계획을 세워뒀다.
2024년부터 생산을 시작해 향후 10년 동안 8천억 원의 지원금을 타낼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한화솔루션과 OCI 모두 앞으로 높은 관세장벽의 보호를 받으면서 안정적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받는다.
또 다른 재생에너지인 풍력도 태양광과 비슷한 길로 가고 있다.
최근 한국 정부는 자국 부품을 50% 비율로 사용하는 LCR 규정을 삭제해 국내 풍력산업 관계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유럽 정부가 우리 정부에게 유럽에 풍력발전 부품을 수출하려면 우리 시장을 완전히 개방하라고 종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풍력 역시 조만간 태양광과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소재부품 기업들은 대부분 절멸하고 시공업체들만 남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태양광에서 그랬듯이 계속 살아남을 기업들도 있다. 일찌감치 해외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아온 씨에스윈드가 그렇다.
씨에스윈드는 풍력발전기의 몸체에 해당하는 풍력타워를 만드는 기업이다. 미국에 생산 기지를 확보한 덕에 미국 IRA의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덴마크 베스타스가 미국 콜로라도에 건설한 세계 최대 규모 풍력타워 공장을 씨에스윈드가 2021년 1700억 원에 인수했다.
이 생산기지에서 현지 고객을 확보해 미국에서 연간 8천억 원 규모의 고객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이를 통해 연간 최대 3천억 원의 보조금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흘러나온다.
재생에너지는 중요한 미래 먹거리지만 재계에서는 유럽과 중국이 선점한 이 시장에 한국이 너무 늦게 뛰어든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원천 기술이 부족한 한국의 소재부품 기업들이 거대한 내수시장을 가진 중국에 밀려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일부 기업들이 살아남아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의 명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