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간펑리튬이 전고체 배터리 대량생산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간펑리튬이 생산하는 배터리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3대 리튬 채굴업체이자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인 중국 간펑리튬이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대량생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삼성SDI를 비롯한 한국 주요 배터리업체가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한 시점보다 크게 앞서나가고 있는 것이다.
23일 중국 전기차 전문지 CNEV포스트에 따르면 간펑리튬은 1세대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간펑리튬이 제조하는 전고체 배터리는 1kg당 260Wh(와트시) 수준의 밀도를 갖추고 있으며 연간 생산 능력은 4GWh(기가와트시)에 이른다. 전기차 약 6~8만 대에 탑재 가능한 물량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전해질을 액체가 아닌 고체로 구성해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폭발과 화재 위험도 낮출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이다.
삼성SDI가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도 이를 중장기 핵심 과제로 두고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간펑리튬이 한국 배터리 3사보다 훨씬 먼저 전고체 배터리 대량생산을 시작하면서 앞서나가고 있는 셈이다.
이번에 양산이 시작된 전고체 배터리는 간펑리튬이 2021년에 생산 계획을 발표한 제품이다.
간펑리튬은 2016년부터 전고체 배터리 연구센터를 설립하고 2017년에는 시험 생산라인도 구축하는 등 일찍부터 이와 관련된 기술 투자를 확대해 왔다.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간펑리튬은 CATL과 BYD 등 다른 중국업체와 비교해 인지도가 높지 않다.
반면 전 세계 리튬 채굴업체 가운데 시가총액 1위, 생산량 기준으로 3위권 안팎을 차지하고 있어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에 핵심 기업으로 꼽힌다.
간펑리튬은 직접 전기차 배터리사업에 진출해 핵심 소재인 리튬 채굴사업과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획을 두고 배터리 기술 개발과 생산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중국 둥펑자동차는 이미 지난해 초 간펑리튬의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소량으로 생산한 적도 있다.
그러나 간펑리튬이 이번에 양산을 시작한 전고체 배터리는 회사의 주장과 달리 반고체 배터리에 가까울 뿐 진정한 전고체 배터리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에너지 밀도가 현재 시장에 출시되고 있는 신형 전기차 배터리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 수준이라 전고체 배터리의 뚜렷한 장점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1세대 전고체 배터리 물량의 대부분은 전기차가 아닌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분야에 주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간펑리튬은 앞으로 에너지 밀도가 1kg당 최대 400Wh에 이르는 2세대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하고 전기차용으로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CATL이 최근 공개한 반고체 배터리가 이론상 1kg당 500Wh의 밀도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간펑리튬의 전고체 배터리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역부족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간펑리튬이 꾸준한 기술 발전을 통해 에너지 밀도를 높여 나간다면 전고체 배터리에서도 글로벌 시장 주도권이 중국 업체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