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의 확장현실(AR) 헤드셋 공개가 다가오면서 팀 쿡이 준비한 혁신이 시험대에 오른다. 차별화된 디자인과 사용자 편의성으로 확장현실 헤드셋이 갖고있던 '너드' 이미지를 '쿨'한 이미지로 바꿔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지난 4월20일 인도 뉴델리에 문을 연 애플 직영판매점 개업행사에 참석한 팀 쿡 애플 CEO.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등 확장현실 헤드셋의 ‘너드(Nerd)’한 이미지를 ‘쿨’한 이미지로 바꿔 대중화에 성공할 업체로 평가받고 있다.
애플 확장현실 헤드셋의 성공은 팀 쿡 CEO의 경영 능력을 증명하는 데도 중요한 계기로 자리잡을 수 있다.
17일(현지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애플이 6월 초 공개를 앞둔 첫 확장현실 헤드셋으로 시장을 개척해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전에 메타 등 경쟁사들이 선보였던 가상현실 헤드셋은 소수의 마니아층을 위한 기기로 평가받았지만 애플이 출시할 제품은 이러한 이미지를 바꿔 대중화에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기존에 판매되던 여러 확장현실 헤드셋을 ‘너드 헬멧’이라고 표현했다. 너드란 대중적이지 않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에 몰두하는 괴짜를 뜻하는 영어 단어다.
헤드셋을 착용한 모습이 주변 사람에게 우스꽝스러워 보이고 얼굴에 자국이 남는 등 이유로 다수의 소비자들에 인기를 끌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다만 애플은 제품 디자인과 완성도 등 측면에서 강점을 인정받고 있는 만큼 확장현실 헤드셋의 이미지를 개선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을 두고 "신제품을 시장에 선보이기만 하면 수요가 자연히 따라오는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기존에는 소비자들에 외면받던 상품군이라도 애플이 차별화된 디자인과 사용경험을 앞세워 어필한다면 이러한 거부감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 스마트워치 ‘애플워치’를 사례로 들었다.
애플워치가 판매되기 전 시장에 출시됐던 여러 스마트워치는 기존 손목시계보다 투박한 디자인과 여러 불필요한 기능들로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애플워치는 출시 직후부터 상당한 수요를 창출하면서 스마트워치 자체가 대중적인 상품으로 자리잡는 데 기여했다.
애플워치 출시 전인 2014년 전 세계 스마트워치 판매량은 690만 대에 불과했지만 2019년에는 9230만 대가 판매되었다는 점이 근거로 꼽혔다.
애플이 세련된 디자인과 건강 및 피트니스 기능을 앞세워 스마트워치의 이미지를 바꿔놓으면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2022년에 가상현실을 비롯한 확장현실 헤드셋은 전 세계에서 880만 대가 팔렸다.
애플이 확장현실 헤드셋의 이미지를 바꾸는 데 성공하면 애플워치의 사례를 재현해 시장 성장을 주도할 공산이 크다.
확장현실 헤드셋이 소비자의 부정적 인식을 바꿔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는 일은 팀 쿡 애플 CEO에게도 중요하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과 아이팟 등 애플의 주력상품 출시를 주도해 혁신가라는 평가를 받은 반면 후임자인 팀 쿡은 기존 제품군의 성공을 이뤄내는 데 그쳤다는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곧 출시할 확장현실 헤드셋에서 팀 쿡의 혁신을 마침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담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대신 기존의 성공 전략을 반복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블룸버그는 확장현실 헤드셋을 비롯한 메타버스 시장 자체가 정체기를 맞고 있어 ‘메타버스의 겨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덧붙였다.
애플이 확장현실 헤드셋 시장을 키워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 과제라는 것이다.
애플은 한국시각으로 6월6일 오전 2시에 시작하는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애플 리얼리티 프로’라는 이름의 확장현실 헤드셋을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초기 제품의 출시 가격은 약 3000달러(약 400만 원)에 이를 것으로 전해졌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