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3-05-18 15:3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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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디스플레이가 미래 먹거리로 '확장현실(XR)'을 점찍고 마이크로 올레드 기술력 확보에 시동을 걸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삼성디스플레이가 미국 마이크로 올레드(OLED) 기업 이매진(eMagin)을 인수하며 ‘확장현실(XR)’ 기기에 들어갈 디스플레이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은 ‘이매진’이 보유한 독자적 기술을 활용해 중소형 올레드처럼 확장현실(XR) 패널 시장도 선점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매진이 보유한 기술이 아직 양산이 가능한 단계가 아닌 데다 마이크로 올레드의 높은 생산단가도 대중화에 걸림돌이 되는 만큼 성과를 내는 데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디스플레이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가 이매진을 약 2억1800만 달러(약 2900억 원)에 인수한 것을 두고 삼성디스플레이가 중소형 올레드를 이을 미래 먹거리로 ‘확장현실(XR)’을 점찍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매진이 보유한 ‘다이렉트 패터닝(dPd)’ 기술이 확장현실(XR), 가상현실(VR) 패널에 최적화된 기술이기 때문이다.
확장현실 패널에는 기존 유리기판을 사용하는 올레드 대신 반도체 기판을 사용하는 마이크로 올레드(올레도스)가 사용된다.
마이크로 올레드는 기존 중소형 올레드 패널의 해상도를 증강현실 기기 특성에 맞게 개선한 디스플레이다. 기존 올레드와 달리 유리 기판 대신 실리콘 웨이퍼에 직접 물질을 증착해 제조함으로써 해상도를 높이고 패널을 더 작고 얇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이다.
애플이 이르면 6월 초에 공개할 확장현실(XR) 헤드셋에 소니가 대만 반도체기업인 TSMC와 손잡고 마이크로 올레드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내놓을 1세대 확장현실 기기는 시장 반응을 보는 차원에서 소량만 제조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마이크로 올레드 기술은 크게 화이트-올레드(W-OLED)에 컬러필터(CF)를 형성하는 ‘WOLED+CF’ 방식과 적(R)녹(G)청(B) 화소를 증착하는 ‘RGB’ 방식이 있다. 이매진은 RGB 방식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 기술에 ‘다이렉트 패터닝(dPd)’이란 이름을 붙였다.
이매진에 따르면 다이렉트 패터닝(dPd) 방식은 낮은 전력으로 더 밝은 휘도를 제공해 IT기기의 부피는 줄이고 배터리 수명은 늘릴 수 있다. 즉 확장현실 기기 대중화의 가장 큰 걸림돌인 밝기, 부피, 무게, 이용시간을 모두 일정부분 해결할 수 있는 셈이다.
이매진은 현재 군사, 항공, 의료, 산업용으로 확장현실 기기를 생산하고 있으며 애플의 다음세대 확장현실 기기 공급망에 포함되기 위해 개념증명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개념증명은 아이디어의 실행 가능성을 입증하는 작업을 뜻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이번 인수는 삼성디스플레이가 기존에 보유한 ‘WOLED+CF’ 기술에 이매진의 방식까지 활용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여 애플에 마이크로 올레드를 공급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확장현실 분야에서 이매진의 기술은 삼성디스플레이의 더 많은 고객에게 혁신적인 제품을 제공하고 확장현실 관련 사업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오랫동안 확장현실 기기에 들어갈 마이크로 올레드를 연구개발해왔다.
2022년에는 애플과 메타, 삼성전자가 확장현실 기기를 개발하고 있으며 삼성디스플레이에 마이크로 올레드 개발을 요청했다는 말이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나오기도 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국제 이동통신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2'에서 “메타버스 기기를 준비하고 있다”며 “요즘 메타버스플랫폼 장치(확장현실 기기)가 화두인데 잘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또 삼성디스플레이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가 애플의 2세대 확장현실 기기부터 마이크로 올레드를 공급할 것이란 해외 보도도 있었다. LG디스플레이는 마이크로 올레드 양산을 위해 SK하이닉스와 손을 잡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허전문매체 페이턴틀리애플은 2022년 7월 “애플은 1세대 확장현실기기는 소니의 마이크로올레드를 사용하고 2세대 장치는 LG디스플레이로부터 공급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마이크로 올레드를 양산하기 위해서는 여러 걸림돌이 있다. 우선 기존 올레드 대비 높은 생산단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니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애플의 1세대 가상현실 기기에 들어가는 마이크로 올레드의 가격은 한쪽에 각각 150달러로 기기 하나당 디스플레이 가격만 300달러(40만 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애플의 1세대 가상현실 기기 가격은 최대 5천 달러(약 660만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마이크로 올레드 가격을 대폭 낮추기 위해서는 대량 생산이 필요한데 생산설비를 구축해 안정적인 수율까지 확보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들의 도전도 중소형 올레드 때보다 훨씬 치열하다.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일본 소니와 대만 TSMC, 중국 BOE와 메타웨이즈 등은 이미 오래 전부터 마이크로 올레드 기술을 개발해 왔고 일부 중국 업체들은 이미 생산설비까지 갖추고 있다.
임수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4월20일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KDIA) 주최로 열린 ‘XR 디스플레이 산업 전략 포럼’에서 “글로벌 확장현실 기기 시장은 2026년까지 5천만 대 이상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중국은 그 어떤 국가보다 적극적으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며 “BOE와 메타웨이즈와 같은 중국 업체들은 자국 내 공급망을 기반으로 마이크로 올레드 양산 단계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