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은행 대출상품의 기준으로 쓰이는 금융채 금리가 은행채 발행이 쏟아지자 나날이 오르고 있다.
시중은행 대출 가운데서도 특히 신용대출상품이 금융채 금리를 많이 따른다. 신용대출자 이자부담이 최근 흐름을 고려하면 채권시장 단순 수급변화에도 가중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금융위가 내놓은 코픽스(COFIX, 자금조달비용지수) 준거 신용대출 확대 방안에 대한 논의도 활기를 띨지 주목된다.
▲ ㅓ은행 대출상품의 기준으로 쓰이는 금융채 금리가 은행채 발행 쇄도에 나날이 오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 창구 모습. <연합뉴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채(은행채 무보증, AAA) 금리는 최근 은행채 발행에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금융채 6개월물 금리(5사 평균)는 4월10일(3.483%)부터 오르기 시작해 5월12일에는 한 달 사이 약 15bp(1bp=0.01%포인트) 오른 3.627%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1년물은 3.525%에서 3.650%로, 2년물도 3.590%에서 3.690%로 올랐다. 2년물은 5월 초에 3.753%까지 뛰기도 했다.
금융채 금리는 은행 변동대출 금리의 기준으로 자주 활용된다. 시중은행에서는 실제로 금융채 6개월이나 1년, 2년물 금리를 기준으로 삼은 주담대나 전세대출, 신용대출 상품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은행채 발행이 늘며 금융채 금리를 밀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채권 금리는 시장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데 은행채 공급이 늘어 가격이 떨어진 것이다. 바꿔 말하면 은행채 금리가 오른 것이다.
5월 은행채(AAA, 무보증) 발행액은 12일까지만 해도 10조5900억 원이었다. 발행액은 1월(9조9100억 원)과 2월(12조1100억 원), 3월(10조600억 원), 4월(14조2800억 원)보다 급등했다.
이 같은 추세는 금융위원회가 3월 중순에 은행채 월간 발행한도를 만기도래액 규모의 100%에서 125%로 풀면서 시작됐다.
나아가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 사태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채권을 발행해 자금조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신용대출자들이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는 점이다. 최근 고개를 들고 있는 금융채 금리는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준거금리로도 쓰이지만 주 활용처는 신용대출상품이다.
금융위는 시중은행 신용대출상품 85% 이상이 대출 기준금리로 은행채와 CD(양도성 예금증서) 금리 등 단기 시장금리를 활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대표적 서민금융 상품인 ‘새희망홀씨’도 마찬가지다. 시중은행 대부분의 새희망홀씨 상품은 금융채 1년물 금리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새희망홀씨는 2010년 나온 대표 서민금융지원제도로 은행이 지난해 기준 연소득 4500만 원 이하이면서 개인신용평점 하위 20%거나 연소득 3500만 원 이하인 사람에 최대 10.5%금리로 3500만 원까지 빌려주는 상품이다.
소득이나 신용평점이 낮은 이른바 ‘취약차주’가 채권수급과 같은 변화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셈이다.
금융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은행권 경영 영업 관행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제7차 실무작업반’에서 신용대출 금리에도 변동성이 낮은 코픽스(COFIX, 자금조달비용지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금융위는 4일 “최근 나타난 것처럼 시장금리가 급격히 오를 때 이런 변동이 대부분 대출자 부담으로 이어지는 문제점을 논의했다”며 “특히 신용대출은 2021년 6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신규취급액 기준 대출금리가 약 410bp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대출자 시장금리 변동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작은 코픽스를 기준금리로 하는 신용대출 상품 개발과 취급 방안을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코픽스가 금융채 금리보다 변동성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은행채 밖에도 은행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사용한 모든 수단의 비용을 반영하는데다 그 가운데서도 은행채보다는 예적금 금리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금리 인상이 마무리 단계인 만큼 변동성 낮은 코픽스를 신용대출 준거금리로 도입하는 게 실효성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국은행은 4월11일 기준금리를 3.50%으로 동결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도 최근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기가 끝났다는 점을 내비쳤다.
미국 연준은 4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지만 이날 성명에서 ‘긴축을 강화할 정책적 추가 조치가 적절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문구를 삭제하며 통화정책의 전환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