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3-05-04 15: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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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바이오기업들이 세계적인 친환경 추세에 발맞춰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고 있다.
중국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 대표주자 우시바이오로직스가 온실가스 저감을 적극 추진하며 ‘탄소 없는 미래’를 향해 전진하는 중이다.
▲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가 온실가스 저감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우시바이오로직스 중국 쑤저우 공장.
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최근 2022년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지난해 친환경 정책으로 거둔 성과를 공개했다
우시바이오로직스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사용하는 주요 지표는 탄소집약도다. 보고서에서 탄소집약도는 탄소 배출량을 매출로 나눈 값(tCO2e/10,000RMB)으로 정의됐다. 이 값이 낮아질수록 사업 규모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적다는 뜻이 된다.
우시바이오로직스의 탄소집약도는 스코프1(직접 배출)과 스코프2(에너지 사용에 따른 간접 배출)를 합쳐 2020년 0.15에서 2022년 0.11로 27% 하락했다. 생산공정 및 공기조화기술(HAVC) 효율화,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도입, 출퇴근용 전기버스 도입 등을 추진한 결과다.
매출당 폐기물 발생을 따지는 폐기물집약도의 경우 유해폐기물이 0.0029에서 0.0022로, 비유해폐기물이 0.0026에서 0.0017로 낮아졌다. 또 1.46이었던 용수집약도는 1.38로 내려갔다. 발생한 폐기물은 대부분 소각을 통해 에너지원으로 활용됐다. 용수 재활용도 이뤄졌다.
다만 매출 기준 집약도만으로는 친환경 성과를 온전히 평가하기 어렵다. 탄소 배출량 등이 줄어들지 않아도 매출이 늘면 저절로 집약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우시바이오로직스 매출은 2021년 102억9천만 위안에서 2022년 152억6900만 위안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탄소 및 폐기물 배출량과 용수 사용량의 절대치도 함께 증가했다.
그러나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장기적으로 다양한 친환경 정책을 통해 발생하는 탄소를 모두 상쇄하고 폐기물 발생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30년까지 스코프1~2의 탄소집적도를 50% 낮춘 뒤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2027년까지 폐기물집약도를 2022년보다 10% 낮추기로 했다.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중국 최대 바이오의약품 CDMO기업으로 꼽힌다. 현재 세계 여러 곳에서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중이다. 2020년 5만4천 리터에 불과했던 생산능력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6만2천 리터에 이르렀고 2024년에는 43만 리터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정됐다.
이에 따라 우시바이오로직스는 동물세포 기반 CDMO 분야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잇는 신흥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2025년 글로벌 동물세포 기반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 순위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위, 우시바이오로직스가 4위를 각각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우시바이오로직스의 탄소 저감 노력은 글로벌 기업들의 새로운 평가기준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적응하기 위한 생존전략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우시바이오로직스 지난해 매출 152억6800만 위안 중 55.6%는 북미에서 나왔다. 미국은 최근 모든 상장법인이 재무제표에 기후 관련 지표를 포함하도록 요구하는 등 친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이 환경 문제를 등한시하는 상대와 거래하기 점점 더 부담스러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이 아닌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정도만 다를 뿐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회계법인 PwC는 지난해 보고서(Global CDMO Study of Pharmaceutical Operations)에서 “파트너십 내에서 지속가능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며 “이제 대부분의 의약품 시판허가 보유자(MAH)는 CDMO기업의 지속가능성 성과지표(KPI)를 수집하는 ESG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다”고 짚었다.
우시바이오로직스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가 심화되고 고객들의 친환경 제품 및 서비스 이용 성향이 강해지고 있어 경쟁 우위를 높이기 위해서는 환경 활동을 적극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회사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고 짚었다.
우시바이오로직스뿐 아니라 국내 바이오기업들도 환경 지표가 미래 사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근 탄소 배출량 저감에 힘쓰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보면 단계적으로 친환경 정책을 강화해 2050년 스코프1~3의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까지 줄인다는 목표를 내놨다. 스코프3은 파트너사를 포함한 공급망 전반의 탄소 배출량을 말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또 아스트라제네카,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머크, 노보노디스크, 로슈, 사노피 등 글로벌 제약사들과 헬스케어 분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공동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31년까지 스코프1, 스코프2 순배출량을 제로로 줄이기로 하고 재생에너지 전환 등을 추진한다. 셀트리온은 올해 처음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탄소저감 관련 구체적 행동방안을 수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업들의 공통점은 모두 대규모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어 친환경 경영을 통해 세계 기후상황에 유의미하게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제약바이오를 포함한 헬스케어 분야는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의 4~5%를 차지하고 이 배출량 가운데 50% 이상은 헬스케어 공급망 분야에서 발생한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