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태 삼성전기 사장이 반도체패키징 신사업 투자로 실적을 회복할까?
이 사장은 그동안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사업 매각 등 경영효율화를 위해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이 사장은 새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반도체패키징사업에서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 반도체패키징 전망 놓고 엇갈려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25일 “삼성전기는 차세대 반도체패키징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2632억 원의 신규투자를 결정했다”며 “삼성전기는 내년부터 삼성전자와 기술협력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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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 |
김 연구원은 “반도체칩 패키징 흐름은 점점 소형화, 고집적화, 통합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며 “삼성전기는 이번 투자를 통해 뚜렷한 성장성을 확보했다”고 진단했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삼성전기는 연말까지 투자를 마치고 시험양산을 거쳐 내년 2분기나 3분기 중 본격적으로 제품양산을 시작할 것”이라며 “앞으로 삼성전자의 시스템LSI사업부와 동반 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투자”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아직 기술 개발단계인 만큼 투자의 결과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기판을 만드는 하드웨어사업과 반도체패키징을 하는 서비스사업은 성격이 많이 다르다”며 “반도체패키징사업은 인건비 비중이 높고 물량에 따른 가동률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비교적 저마진에 실적 변동폭이 크다”고 분석했다.
권 연구원은 “국내 반도체패키징업체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3% 수준이고 글로벌 반도체패키징업체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4% 수준”이라며 “삼성전기의 투자가 실적으로 연결될 때까지 상당한 추가투자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삼성전기가 단기간에 반도체패키징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며 “글로벌 전문업체들이 높은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성공적인 사업진출을 낙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바라봤다.
◆기술력 확보로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해야
삼성전기는 올해 말까지 반도체패키징 기술 가운데 하나인 패널레벨패키징(PLP)을 개발하기로 했다.
반도체패키징이란 생산된 반도체칩을 탑재시킬 기기에 알맞은 형태로 만드는 작업을 뜻하는데 그동안 보통의 경우 반도체패키징을 위해서는 인쇄회로기판(PCB)이 필요했다.
패널레벨패키징은 인쇄회로기판없이 웨이퍼단계에서 직접 반도체를 패키징하는 기술로 인쇄회로기판을 사용하지 않는 만큼 단가와 제품의 두께를 줄일 수 있다.
삼성전기가 개발할 패널레벨패키징기술은 웨이퍼레벨패키징(WLP)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패널레벨패키징기술은 개발 초기단계지만 웨이퍼레벨패키징에 대한 기술개발과 경쟁은 이미 한참 전에 시작됐다.
대만의 반도체업체 TSMC는 웨이퍼레벨패키징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애플의 아이폰에 탑재되는 모바일프로세서(AP)의 위탁생산 물량을 TSMC에 모두 빼앗긴 데는 반도체패키징 기술차이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패키징 세계2위 업체인 미국의 암코테크놀로지(Amkor Technology), 미국의 또 다른 패키징업체인 데카테크놀로지, 한국의 반도체패키지테스팅업체인 네패스 등도 웨이퍼레벨패키징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패널레벨패키징은 웨이퍼레벨패키징과 비슷하지만 칩을 웨이퍼모양(원형)으로 배열하지 않고 패널모양(직사각형)으로 배열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삼성전기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컨퍼런스콜에서 “패널레벨패키징은 웨이퍼레벨패키징과 비교할 수 없는 차세대, 차차세대 기술”이라며 “반도체웨이퍼 8인치가 12인치로 발전해 생산량이 크게 늘어난 것처럼 웨이퍼레벨패키지의 생산량은 패널레벨패키징의 생산량을 따라올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순학 연구원은 “칩을 패널모양으로 배열하고 패키징하면 웨이퍼모양으로 배열할 때보다 12인치 기준으로 생산성이 3배 가까이 늘어난다고 알려져 있다”며 “관건은 충분한 수율을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바라봤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고객에 따라 다르겠지만 고객이 만족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양산하는 데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릴 것“이라며 ”모바일용 말고도 웨어러블, 인더스트리얼, 메디칼 등 여러 어플리케이션에 패널레벨패키징기술을 활용해 매출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는 기판사업부가 저수익성에서 벗어나야 하는 절실한 과제를 안고 있다”며 “패널레벨패키징 기술 확보 여부가 삼성전기의 패키지기판 사업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윤태 사장은 취임 뒤 처음으로 새로운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만큼 차별화된 기술을 통해 고객을 확보하는 데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이번 투자에 대한 성패는 1년 정도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