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기업의 가장 큰 애로점은 인재가 더 큰 기업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픽사베이> |
[비즈니스포스트] 어느 벤처기업인이 무인판매 로봇을 개발하여 국내 대기업에 납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회사의 연구소장이 이 분야를 전담하다시피 해 왔다.
지난 5년간 수없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이제야 대기업에 납품하는 상황에 왔다. 그런데 연구소장이 스카우트 되어 간단다. 어찌 막을 것인가. 그 연구소장이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는데 떠나면 이 사업은 물거품이 된다.
또 전기공사업을 하는 중소기업 대표가 필자에게 하소연을 했다. 어느 재벌의 계열사에서 신규사업을 진행하면서 자기 회사의 임원을 스카우트해 갔다.
문제는 그 임원 밑에 있는 직원들이 서서히 그 회사로 이직해가고 있는 것이었다. 재벌회사이고 월급을 더 많이 주니까 직원들은 떠난다고 했다. 사업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이 중소기업 대표는 이런 사실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해서 처리할 수 없느냐고 문의를 해 왔다. 공정거래법에 ‘부당한 인력유인 금지행위’가 있는데 이를 통해서 공정위에 신고하면 되겠다 싶어서 검토했다.
하지만 결국 신고는 못 했다. 더 많은 월급과 더 평판 좋은 직장으로 이직해 가는 직원은 사실상 공정거래법으로도 막기 어려웠다. 더구나 같은 업계에서 공정위에 신고하면 금방 소문이 나서 사업을 펼치기 어렵고 그 대기업으로부터 하도급을 받고 있어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말았다.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의 가장 큰 애로는 직원을 키우면 좀 더 큰 기업으로 이직하는 일이 잦다는 점이다. B급 인재를 데려와서 키워서 A급으로 만들어두면 대기업의 경력직 사원으로 떠난다.
심지어 대기업간에도 인력유출로 싸운다. 삼성중공업 등에 있던 임직원들이 대거 현대중공업으로 이전했다. 그래서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대한조선·케이조선 등 4개 조선사는 지난해 8월 한국조선해양(HD현대)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공정거래법상 '인력의 부당한 유인'으로 보았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경력직 채용의 일환이며 통상적인 공채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반작했다. 현재 공정위에서 심사 중인데 반전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한때 미국에서 떠들썩했던 SK온의 전·현직 임직원 30여 명이 LG에너지솔루션(옛 LG화학)에서 SK로 이직한 사건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법원이 아닌 미국 공공기관(국제무역위원회·ITC)에 분쟁을 제기했다. 이례적 사건이었다. 이직은 곧 핵심 기술도 유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LG와 SK는 그 뒤 합의하고 말았지만 인력 유출은 아재 일상화됐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있던 직원이 롯데바이오로직스로 이직하면서 품질보증 작업 표준서 등을 가지고 나갔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6월 출범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의약품 위탁생산 및 개발(CDMO) 사업 분야에서 새로 출발하려니 경력직이 필요했다. 롯데가 경력직 채용을 하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력이 이직했다. 당연히 관련 기술도 유출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력을 빼 가지 말라고 내용증명을 세 차례나 보냈다고 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 근로자 평균 연령은 2011년 39.2세에서 2020년 42.5세로 3.3세가 높아졌다. 같은 기간 일본은 1.2세(41.6→42.8세), 미국은 0.3세(44.1→44.4세) 높아졌다.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젊은 직원을 빼 나가는 것이 일상화된 셈이다.
이처럼 인력을 뺏기면 사업의 존망이 위태로워 질 수 있다. 잘 키운 직원을 어떻게 하면 떠나지 않고 계속 근무하게 할 것인가.
더구나 부산, 대구, 광주 등 지역에서는 인력 확보도 어려운데 그나마 키워든 인재를 뺏기면 문제가 너무나 크다. 지역에서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우려 사항이다. 이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아래와 같이 몇 가지로 정리해본다.
첫째, 핵심 임직원과 한 몸이 돼라. 한 몸은 지분을 나누는 것이다. 지분은 회사의 영혼이다. 정말 중요한 임직원이 있으면 처음부터 지분을 부여하는 것이 좋다. 필자도 사업을 기획하면서 임직원에게 주식을 주었다.
일하는 기여도에 따라서 골고루 지급했다. 다만, 3년까지는 같이 근무하게 했다. 그 이전에 자발적으로 퇴사하면 지분을 회수하도록 했다. 많은 보수를 못 주는 대신에 이 방법을 채택했다.
나중에 어느 정도 회사가 성장하고 투자를 받은 이후에는 지분을 주려면 어렵다. 복잡해지기 전에 부여하는 것이 좋다. 성과급도 기왕 줄 것이면 빨리 지급하는 것이 좋다.
둘째, 미래 가능성을 제시하라.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려는 비전이 있으면 임직원의 가슴에 기대를 줄 수 있다. 앞서 제시한 지분을 나누어야 회사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있고, 충성심이 생기고, 자발적으로 일을 하게 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다. 이 욕망을 채워줘야 한다. 미래의 이익을 현재의 주식으로 지불하면 된다. 벤처기업이 대기업처럼 월급을 지급할 수 없으니 이 방법이 좋다. 그냥 월급만으로 핵심 임직원을 붙들어두기에는 한계가 있다.
아무리 좋은 관계인 척해도 더 많은 월급, 평판이 더 좋은 직장에서 오라고 하면 이직하게 된다. 이것을 나무랄 필요는 없다. 결국, 내 회사에 있는 것이 미래가 더 있는 것임을 확신시켜야 한다.
셋째, 좋은 사람을 뽑아라. 성공하는 기업가들의 첫 번째 공통점이 좋은 인재를 알아보고 내 사람으로 만드는 촉이다. 좋은 사람은 하루아침에 찾아지지 않는다.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서 핵심은 결국 좋은 사람이다.
어느 유니콘 후보 기업에 삼국지의 장비 같은 분이 있다. 회사의 미래가 확실하니 이사인 그분은 회사 자금이 어려울 때는 자기 아파트를 담보로 해서 자금을 융통해서 회사를 꾸려간다.
월급이 밀릴 정도로 어려움이 있어도 대표이사와 같이 극복한다. 이런 분이 한두 분만 있어도 다행인데 사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다.
좋은 사람은 어떻게 뽑을 것인가. 평소에 눈여겨봐야 한다. 업무상 만나는 모든 사람이 다음에 같이 근무할 분인지를 생각해두어야 한다. 그래서 때가 되었을 때 초빙해야 한다.
넷째, 핵심 임직원이 떠나도 일이 돌아가는 시스템경영이 되게 하라. 무엇이든지 여유 시스템을 가져야 한다. 즉 어떤 위기에도 극복이 가능한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 특정 한두 명에게 의존되어 있으면 안 된다.
최소한 그 업무를 한두 명과 공유해야 한다. 물론 핵심 기술은 오너가 가지되 그 외의 것은 공유하는 시스템이 작동되어야 한다. 그래서 시스템경영이 되도록 해야 한다.
사업 초창기에는 그것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면 핵심기능의 업무는 중복되도록 해야 한다.
결국,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핵심인재이다. 인재가 붙어 있도록 하는 것은 회사가 출발할 때부터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무엇이든지 하나의 문제는 하나의 답으로 해결할 수 없다. 복합적인 시스템으로 대응해야 풀린다. 아시아비즈니스동맹 의장 이경만
이경만 의장은 행정고시 38회에 합격후 공정거래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 과장, 국장, OECD 한국센터 경쟁정책본부장,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실 행정관을 역임했다. 현재는 혁신기업 지원, 지역균형발전에 집중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