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 '글로벌 금융허브,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정권이 바뀌어도 20여 년간 변하지 않았던 것은 여의도를 금융허브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는 김민석 의원이 서울 여의도를 글로벌 금융허브로 키우려 했던 구상에는 보수와 진보, 여당과 야당의 구분이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세종의사당·여의비전 국회포럼'의 소위원회인 여의비전위원회가 12일 ‘글로벌 금융허브,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 김 의원은 여의도가 금융특구 지정 후 20년 만에 아시아의 금융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고 바라봤다.
홍콩 등 기존 아시아의 대표적 금융중심지들이 정치적·사회적 여건 변화로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지만 한국은 한류 붐과 함께 정보통신(IT) 경쟁력을 바탕으로 핀테크 분야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적 지원 부족으로 여의도가 이러한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여의도는 이름만 (금융특구로) 정해놓고 아무런 혜택이 없어 여기에 (금융회사들이) 들어올 인센티브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도 여의도를 금융허브로 육성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묵한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발제자로 나서 여의도를 디지털 금융과 핀테크 허브로 만들려면 정부와 국회가 각종 금융산업의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원은 “서울은 국제금융경쟁력 지수 중 미래 부상 가능성 부문 1위를 2년간 유지하고 있다”며 “서울이 싱가포르, 홍콩 등 아시아 금융허브와 경쟁하는 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종합적 지원정책을 통한 금융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기존 아시아 금융허브들은 은행과 보험 분야에서 공고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새 금융산업인 디지털 금융 분야로 여의도를 금융허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특구다운 특구가 필요하다”며 “적어도 아시아의 금융허브들과 경쟁을 하려면 으뜸가지는 못해도 버금가는 정도의 인센티브는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회사를 끌어올 수 있는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신아형 동아일보 기자는 싱가포르가 2020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VCC(가변자본회사) 제도를 통해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떠나고 있는 한국과 달리 글로벌 금융회사들을 유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VCC는 싱가포르 현지에 기업 형태의 펀드를 만들 경우 운용사의 설립과 운용비용 조건을 낮추고 재무제표 공개 등 여러 요건을 완화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여의도를 금융허브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산업은행과 같은 정책금융기관을 다수의 금융기관이 모여 있는 여의도에 남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은 산업은행의 금융 경쟁력을 도태시켜 결국에는 서울 여의도의 국제금융 경쟁력 상승에도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현준 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토론자로 나서 “산업은행은 국내 최고의 신용도와 대외인지도를 바탕으로 글로벌 금융사의 국내 진출뿐만 아니라 국내 금융사의 해외 진출도 이끌고 있다”며 “국내 금융산업을 리딩하고 있는 산업은행을 서울에서 떼어놓는 것은 서울뿐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손실이다”고 주장했다.
금융규제를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성태 금융투자협회 부장은 마지막 토론자로 나와 “자본시장 관련 제도 선진화 등을 통해 국내 자본시장도 성장하고 있다”며 “이에 맞게 세제 혜택 등 각종 인센티브 뿐만 아니라 국내외 금융기관의 집적을 촉진할 수 있는 서울시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