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 쿡 애플 CEO(왼쪽)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016년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만나 아이폰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 DW > |
[비즈니스포스트]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인도를 방문해 현지에 열리는 첫 애플스토어 개장을 축하하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만남까지 추진한다.
팀 쿡의 방문은 애플이 새로운 주요 생산거점이자 아이폰 등 제품의 새 수요시장으로 점찍은 인도를 ‘제2의 중국’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11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팀 쿡은 인도 뭄바이와 뉴델리에서 각각 현지시각으로 18일과 20일 열리는 애플스토어 개장식에 참석한다.
블룸버그는 팀 쿡이 두 곳의 매장을 방문하는 일정 사이에 모디 총리와 만남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만남이 성사된다면 애플의 인도 내 생산거점 확대와 제품 판매 등 사업적 측면의 논의를 진행할 공산이 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도의 애플 제품 위탁생산 공장에서 제조해 해외로 판매하는 아이폰 수출액은 연간 수십억 달러에 이른다. 인도에서 아이폰 판매량도 최근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팀 쿡도 인도가 세계 최대 아이폰 시장 가운데 한 곳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는 블룸버그와 통화에서 “인도는 애플이 가장 집중하는 시장”이라며 “인도 시장 내 사업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장 큰 잠재력을 지닌 국가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에서 판매된 스마트폰 수량은 전 세계 판매량의 12% 비중을 차지한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50%에 미치지 못 하는 상황에도 막대한 인구 규모에 힘입어 거대 시장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19년까지만 해도 1% 부근에 머물렀던 애플 아이폰의 인도 스마트폰시장 점유율도 2023년에는 5%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이 인도에서 주요 경쟁사보다 고가의 휴대폰을 판매하는 것은 약점이지만 중장기적으로 가격이 낮아지면서 시장 점유율 확대에 성과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졌다.
인도에 애플이 첫 직영 판매점인 애플스토어를 개장한 것도 이러한 긍정적 시각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애플의 위탁생산 협력사가 인도에 시설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만큼 현지 생산량이 늘어나면 자연히 원가도 낮아져 인도시장에서 제품 가격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
▲ 인도 애플스토어 개장을 홍보하는 애플 홈페이지 배경화면. < Apple > |
인도 정부도 협력업체의 현지 생산 투자를 유도하는 애플의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화답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인도 정부가 애플 아이폰 제조사인 폭스콘과 페가트론 공장 유치를 위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인센티브를 제공했다고 전했다.
애플의 이러한 움직임은 과거 중국시장 진출 초기와 비슷한 측면이 많다.
중국은 중저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형성된 시장이라 애플 아이폰이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는 관측이 유력했다.
그러나 팀 쿡은 중국에 아이폰 등 제품 위탁생산 공장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중국 정부와 우호적 관계를 구축하면서 결국 중국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을 빠르게 늘렸다.
다만 최근 들어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및 수출규제 영향으로 중국 내 부품 공급망 확보가 불안정해지자 인도를 새로운 생산 거점으로 키워내기 위한 노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팀 쿡이 모디 총리와 만나 애플의 인도 생산 확대와 이에 따른 정부 차원의 인센티브 제공 계획 등을 논의한다면 애플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인도와 협력을 강화하는 움직임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인도 정부는 현재 중국에 주로 분포하는 애플 제품 생산공장을 자국으로 끌어와 고용증진과 세수확대 등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인도 매체 인디안익스프레스에 따르면 니르말라 시타라만 인도 재무부 장관은 11일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서 “글로벌 공급망이 차질을 겪는 상황에서는 (중국과 같이) 한 국가에 생산시설을 집중하는 결정은 기업에 리스크를 안긴다”며 “인도는 생산시설을 옮겨오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할 계획을 세웠으며 글로벌 공금망사슬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치권이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애플의 사업 구조에 압박을 더하고 있는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마이크 갤러거 미국 공화당 의원은 최근 팀 쿡을 만나 중국과 '디커플링'을 추진하는 일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인도가 애플 제품 생산과 아이폰 수요 측면에서 모두 중국처럼 애플에 중요한 시장으로 자리잡게 된다면 애플이 중국과 점차 거리를 두는 데 따른 타격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