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선을 그은 가운데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주장도 적지 않게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 총재는 11일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한 뒤 서울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물가가 한은의 목표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확신이 들기 전에는 금리 인하 논의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며 “금융통화위원 5명은 3.75%로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도 냈다”고 말했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분명히 선을 그은 가운데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주장도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 총재가 4월11일 서울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은 이날 올해 두 번째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3.50%로 유지했다. 이는 2월 금통위부터 두 번 연속 동결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금리 인상 흐름 마무리로 받아들이고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도 점치고 있었지만 이 총재는 이를 부정한 것이다.
이 총재는 “금통위 위원 가운데서는 금리인상이 끝났다는 시장 반응을 두고 과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며 “금통위원들의 견해는 아직 금리 인하를 고려할 단계가 아니라는 것이 다수 의견이다”고 설명했다.
금통위에서는 이날 오히려 금리 인상 흐름을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 6명 가운데 5명은 기준금리를 3.75%로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며 “물가는 예상대로 둔화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산유국들의 추가 감산과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하반기 물가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상반기 물가 상승률은 어느 정도 예상범위 안이지만 하반기에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심화할 수 있는 요인들이 남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발표된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2020년을 100으로 놓았을 때를 기준으로 110.56을 기록해 1년 전인 2022년 3월 대비 4.2% 올랐다. 이는 지난해 3월 뒤 가장 낮은 상승폭이다.
다만 석유수출국기구와 기타산유국 모임(OPEC+) 8개국이 최근 석유 추가 감산 결정을 내리며 유가는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나아가 최근 에너지공기업들의 부채 문제로 공공요금 인상 의견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밖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도 앞으로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사태 뒤 미국 연준이 통화정책을 어떻게 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이런 이유에서도 기준금리 3.75% 인상 가능성을 열어 두자는 것이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