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는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는 업종으로 꼽힌다. 외화표시 부채의 비중이 타업종보다 높은 데다 항공기 구매·리스, 연료비 결제, 시설이용료 지급이 달러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환율이 다시 상승세를 타자 조 회장은 환율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달 22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항공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유가, 환율, 금리 등의 외부요인들이 우호적이지 못하다"며 ”회사는 이 같은 상황에서 사업수지가 악화되지 않도록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3년은 코로나19 엔데믹 효과를 온기로 누릴 수 있는 첫 해인 만큼 대한항공에게 중요한 한 해이다.
조 회장은 국제선 여객에 초점을 맞춰 노선 운항을 늘리고 기체를 새로 도입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하계 운항시즌(3월 마지막 일요일부터 10월 마지막 토요일)이 시작되는 3월26일부터 중국·일본·유럽 등을 오가는 노선의 재운항에 들어갔는데 이를 차츰 늘리려고 한다. 또한 올해 말까지 기체 13대(b787 6대, A321neo 7대)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조 회장은 신속한 노선 확대를 강조한 바 있다.
조 회장은 올해 1월 발표한 신년사에서 “고객의 요구를 분석해 원하는 목적지, 항공여행 재개 시점, 선호하는 서비스 등을 파악해 이를 토대로 언제 어떤 노선에 공급을 늘릴지 어떤 서비스를 도입할지 결정해야 한다”며 “조금이라도 뒤처진다면 시장은 회복되는데 우리의 실적과 수익성은 오히려 저조해지는 이른바 ‘수요 회복의 역설’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승객 서비스 품질을 향상하려는 조치도 취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달 기내 무선인터넷(와이파이) 서비스 제공을 위한 정관변경을 마쳤다. 무선인터넷 서비스는 상반기 내로 도입될 예정이다. 기내 서비스 와인도 3월부터 장거리 노선을 위주로 순차적으로 교체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올해 1분기 매출 상승세를 탄 것으로 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대한항공이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3조6625억 원, 영업이익 4956억 원을 낸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은 27.0% 늘고 영업이익은 35.9% 감소한 것이다.
이러한 상승세에 찬물이 끼얹어지지 않으려면 대한항공은 환율변동위험에 적극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각종 파생계약을 통해 엔화, 유로화 등의 잉여 저금리 통화 차입 비중을 늘리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파생계약을 활용하고 있는데 2022년 말 기준 통화이자율스왑 계약 2건이 약정된 상태다.
달러로 표시된 변동금리부채를 엔화 고정금리부채로 대체할 수 있는 통화이자율스왑계약은 총 잔액(지난해 말 기준) 규모가 112억 엔, 달러로 표시된 부채를 원화고정금리부채로 대체할 수 있는 통화이자율스왑계약은 총 잔액이 6876억 원이 각각 남아 있다.
지난해 대한항공은 해당 통화이자율스왑 계약과 함께 달러를 유로나 엔화를 달러로 바꿀 수 있는 통화선도 계약을 활용해 환율상승에 따른 위험을 일부 회피했다.
대한항공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2022년 한 해 동안 통화이자율스왑을 통한 순거래이익 937억 원, 평가이익으로는 920억 원을 봤다. 같은 기간 통화선도 계약을 통해 순거래이익은 128억 원, 평가손실 97억 원의 평가 손실을 냈다.
외화차입금 축소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2022년 말 기준 30억 달러 규모의 순외화부채를 지고 있어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하면 연간 외화평가손실이 300억 원이 발생한다. 또한 현금유입 역시 150억 원 줄어든다.
앞서 대한항공은 2022년 상반기에도 통화스와프(CRS)를 활용해서 원화차입금 비중을 끌어올린 적이 있다. 대한항공의 외화차입금 비율은 2022년 61%에서 2022년 상반기 말 49%까지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