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미국 박스터인터내셔널의 바이오파마솔루션사업부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은 현재 셀트리온그룹과 써모피셔 2곳으로 파악된다.
이들의 외형적 차이를 비교하면 써모피셔 쪽이 압도적이다.
써모피셔는 생명과학 분야 실험, 분석 및 진단기기 쪽에서 글로벌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다. 최근에는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중이다.
써모피셔는 2022년 매출 449억 달러(약 58조7천억 원), 영업이익 84억 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셀트리온그룹은 주요 계열사인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3사의 작년 매출을 모두 합쳐도 5조 원에 미치지 못한다.
동원할 수 있는 ‘실탄’도 써모피셔가 셀트리온그룹보다 훨씬 우위에 있다.
작년 말 기준 써모피셔의 현금(cash and cash equivalents) 보유량은 85억 달러(약 11조 원)에 이른다. 셀트리온3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단기금융자산 총합이 1조1천억 원 수준인 것과 대조적이다.
로이터 등은 바이오파마솔루션사업부의 매각 규모를 40억 달러가량으로 예상하고 있다. 셀트리온그룹이 인수합병에 성공한다고 가정해도 보유 현금만으로는 대금 지불이 어렵다. 대규모 차입 또는 주식을 활용한 지불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써모피셔를 비롯한 경쟁자들과 다투는 과정에서 인수 가격이 더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로이터는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RR)와 칼라일그룹도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인수합병에 따른 부담 못지않은 시너지도 존재한다. ‘승부사’로 알려진 서 회장이 몸집이 10배 이상 큰 '골리앗'과의 싸움을 진지하게 검토하도록 만드는 이유다.
시장에서는 박스터인터내셔널 바이오파마솔루션사업부가 셀트리온그룹의 해외 진출을 뒷받침하는 기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 박스터인터내셔널 바이오파마솔루션사업부 제조TL설 위치. <박스터인터내셔널>
바이오파마솔루션사업부는 주로 주사제에 대한 제형화, 충전, 포장 등 위탁생산 서비스를 제공한다. 저분자의약품뿐 아니라 항체약물접합체(ADC)와 백신을 비롯한 바이오의약품까지 다룰 수 있다.
주요 생산시설은 미국 내 2곳과 독일 1곳에 위치해 있다. 이를 포함해 세계적으로 50여 곳에 이르는 생산시설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된다.
글로벌 국가에 바이오시밀러(생체의약품 복제약)를 공급하는 셀트리온그룹이 원활한 공급망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현지 생산시설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미국시장에 바이오시밀러 출시를 추진하는 만큼 미국에 생산시설을 갖춘 바이오파마솔루션사업부는 매력적인 인수 대상임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로 셀트리온은 21일 공시를 통해 "당사는 안정적인 글로벌 생산시설 확보를 위해 박스터인터내셔널의 바이오파마솔루션사업부문 인수를 검토한 바 있으나 현재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서 회장이 실제로 바이오파마솔루션사업부 인수에 성공할 경우 셀트리온그룹은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인수합병 기록을 새로 쓰게 된다. 이전까지 최대 인수합병 사례는 에스디바이오센서가 미국 체외진단기업 메리디안바이오사이언스를 약 2조 원에 인수한 것이었다.
서 회장은 ‘소방수’를 자처하며 셀트리온그룹 경영에 복귀하는 만큼 바이오파마솔루션사업부 인수의 손익을 면밀하게 저울질해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힘쓸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2021년 3월 셀트리온3사 이사회에서 물러날 당시 “경영에 부족한 점이 생기면 소방수 역할을 하기 위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서 회장은 셀트리온3사 이사회 의장으로 돌아온다. 5조 원 규모 바이오파마솔루션사업부 인수, 셀트리온3사 합병, 바이오시밀러사업 확장 등 굵직굵직한 과제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