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프트뱅크의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 인수가 퀄컴과 삼성전자 등 세계 반도체기업에 끼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소프트뱅크는 이번 인수로 사물인터넷 등 신사업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며 기존의 통신사업과 시너지를 내 성장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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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19일 “세계 반도체 설계시장을 사실상 독점한 ARM의 피인수는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면서도 “당분간 반도체업계에 별다른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신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일본 소프트뱅크는 게임과 온라인몰 등 IT업체의 지분을 대량으로 매각하며 확보한 현금으로 영국 반도체기업 ARM을 36조 원에 인수하는 데 합의했다.
ARM은 반도체설계의 가장 기초가 되는 설계기반(아키텍쳐)의 지적재산권을 퀄컴과 애플, 삼성전자 등 세계 시스템반도체 기업에 판매하며 라이선스 수익을 올린다.
ARM은 세계 모바일프로세서(AP) 시장에서 90%, 가전제품용 반도체시장에서 8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사실상 반도체 아키텍쳐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대형 반도체기업 가운데 ARM에 의존하지 않는 곳은 PC와 서버용 CPU에 자체 설계기반을 적용하는 인텔이 유일하다.
이 연구원은 “ARM이 이처럼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는 것은 라이선스 비용을 낮게 요구해 생태계 확대에 중점을 두기 때문”이라며 “만약 ARM을 인수한 업체가 비용을 높일 경우 반도체업계에 미칠 파장은 매우 클 것”으로 진단했다.
하지만 소프트뱅크가 ARM을 인수한 이유는 수익을 끌어올리기보다 기존 통신사업과 시너지를 강화해 사물인터넷 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돼 이런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원은 소프트뱅크가 반도체사업에 경험이 없고 ARM의 기업철학과 브랜드 등을 유지할 계획을 밝힌 만큼 ARM의 라이선스비를 높여 세계 반도체기업에 타격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ARM은 소프트뱅크와 인수협상 과정에서 다른 매수자를 물색하지 않을 정도로 높은 신뢰를 보였다”며 “소프트뱅크는 ARM의 설계기반을 사물인터넷 반도체시장으로 넓히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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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M의 아키텍쳐가 적용되는 스마트폰 부품. |
소프트뱅크가 ARM을 인수한 가장 큰 이유는 통신사업에서 모바일기기 업체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사물인터넷과 자동차 반도체 등 성장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됐다.
소프트뱅크는 일본에서 시장점유율 3위를 차지한 이동통신사로 미국 4위 이통사 스프린트를 2013년 인수했다.
도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소프트뱅크는 ARM 인수로 안정적 수익원을 확보하며 모바일시장에서 지위를 강화할 것”이라며 “사물인터넷 등 신사업 반도체시장 성장에도 대비한 것”이이라고 분석했다.
소프트뱅크는 최근 사물인터넷사업 강화를 위해 외부업체와 합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신사업 중심의 체질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RM 역시 지난해 사물인터넷 관련업체를 인수하며 반도체사업 기반을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소프트뱅크의 ARM 인수는 사물인터넷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꼭 필요했던 수순”이라며 “인수 결정과 시기가 모두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소프트뱅크는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로봇 등 차세대 사업에서 ARM의 기술력을 확보하게 됐다”며 “애플과 삼성전자 등 반도체기업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