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인수합병이 무산되면서 그동안 준비해온 사업계획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
두 회사는 인수합병 무산에 따라 받을 수 있는 타격이 서로 다른 것으로 평가된다. SK텔레콤은 손실이 적은 반면 CJ헬로비전은 당장 사업에 지장을 받는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9일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인수합병에 실패하면서 모두 미래를 준비하는 데 차질을 빚게 됐다”며 “이에 따라 입게 되는 타격은 CJ헬로비전이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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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왼쪽)과 김진석 CJ헬로비전 대표. |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과 결합을 통해 유료방송사업과 이동통신사업에서 입지를 더 단단히 다져 플랫폼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려 했지만 무산됐다.
SK텔레콤은 사업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지만 당장 실적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동통신사업의 기반은 여전히 탄탄하고 SK브로드밴드의 인터넷방송(IPTV)사업도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 연구원은 “SK텔레콤은 장동현 사장이 추진하는 미디어사업 성장의 기회를 상실했다”며 “그러나 인수합병 실패가 SK텔레콤에 끼칠 영향은 연간 순이익이 100~200억 원 감소하는 수준일 것”이라고 파악했다.
SK텔레콤이 불리한 인수합병 조건을 감당해야 하는 부담을 덜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준섭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공정위가 점유율이 높은 지역에서 사업권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인수합병을 허가했다면 SK텔레콤은 합병으로 얻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사실상 없었다”며 “SK텔레콤 입장에서 인수합병 불허는 최상의 결과는 아니지만 최악의 결과를 피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SK텔레콤은 공정위의 결정으로 오히려 사업의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CJ헬로비전은 당장의 실적과 향후 사업방향에서 모두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CJ헬로비전은 인수합병 심사가 장기화하면서 영업활동이 위축되고 투자계획이 정체되는 등 경영에 차질을 빚었다.
최 연구원은 “CJ헬로비전은 사실상 9개월 이상 경영활동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이에 따른 충격은 피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CJ헬로비전은 앞으로 다른 사업자와 기업결합을 추진하기도 어렵게 됐다. CJ헬로비전은 케이블방송에서 점유율 1위 업체인데다 케이블방송사업 특성상 처음부터 지역독과점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해 왔는데 공정위는 이번 심사에서 권역별 점유율을 기준으로 경쟁이 제한될 가능성을 판단했다.
문지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이번 공정위가 내세운 기준에 따르면 앞으로 유료방송시장에서 구조조정은 대규모 기업끼리 결합이 아닌 중소기업 사이의 결합만 가능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 연구원은 “CJ헬로비전은 인수합병이 무산된 이후 사업전략을 재정비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헌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