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자산 규모 50조 원을 넘는 기업집단으로 사세를 확장한다는 목표 아래 성장사업을 키울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LS그룹이 영업에서 벌어들이는 이익만으로는 투자재원을 다 마련하기 힘든 만큼 비상장 계열사의 기업가치를 꾸준히 높이면서 최적의 시점에 기업공개(IPO)를 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 구자은 LS그룹 회장(사진)이 자산 규모 50조 원을 넘는 기업집단으로 사세를 키운다는 목표를 세우고 성장사업을 키울 준비를 하고 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LS그룹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호실적 흐름을 올해도 꾸준히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지만 구 회장의 성장사업 확대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에는 자체 현금 여력이 부족한 것으로 분석된다.
구 회장은 앞으로 8년 동안 20조 원 넘게 투자해 현재 자산규모 25조 원 수준의 LS그룹을 2030년 50조 원 규모로 키운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히 CFE(탄소 배출이 없는 전력) 시장 선도를 위한 신성장 사업과 배·전·반(배터리·전기차·반도체) 관련 사업은 구 회장이 중점적으로 투자하려는 분야로 꼽힌다.
LS그룹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매출 36조3451억 원, 영업이익 1조1988억 원)을 낸 데 이어 올해도 실적이 순항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구 회장에게 든든한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LS그룹은 사업 포트폴리오가 에너지 전환의 큰 흐름과 접점이 많아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호실적으로 거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해상풍력과 관련이 깊은 해상케이블을 다루는 LS전선과 각종 에너지 관리에 필요한 초고압 전력인프라 제품 등을 취급하는 LS일렉트릭이 대표적으로 그런 자회사들이다.
문제는 자체 이익 체력만으로는 앞으로 추진할 막대한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그룹 지주사 LS의 현금·현금성자산은 2022년 기준으로 1조6713억 원 정도다. 이익을 많이 내며 지난해 1조2725억 원에서 제법 늘어나긴 했지만 25조 원 투자 계획에는 한참 모자라다.
LS는 부채비율이 202.9%로 낮지 않은 편이다. 금리 수준이 높아졌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차입을 통한 투자재원 마련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투자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으로 자회사 상장이 거론되는 이유다.
재무적 투자(FI)를 유치하는 것도 또 다른 투자재원 마련 방안인데 이 역시 상장이 전제돼야 한다. 재무적 투자자들은 당장에 기업공개를 하지 않더라도 상장을 통해 현금화(엑시트)가 가능해야 투자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LS그룹의 주력 사업을 담당하는 LS전선, LSMnM, LS엠트론은 모두 비상장사다. 이들은 지주사 LS의 자회사이기도 하다.
LS전선은 국내 1위 전선업체로 점유율 6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해저케이블 사업도 하고 있는데 특히 해상풍력 시장의 개화와 함께 초고압 해저케이블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돼 수혜가 예상된다.
초고압 해저케이블은 프랑스 넥상스, 이탈리아 프리즈미안, 일본 스미토모 등 세계적으로도 소수 기업이 과점하는 시장으로 진입장벽도 높은 분야다.
LSMnM은 국내 1위 전기동 제련업체로 시장 점유율이 약 60%에 달한다. 원래 LSMnM은 LS와 일본 JKJS컨소시엄이 각각 50.1%, 49.9% 비율로 투자해 설립한 합작 법인인데 지난해 LS가 JKJS 측 지분을 모두 사들여 LSMnM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는 향후 LSMnM의 상장까지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LSMnM은 지난해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45.1% 늘어나는 등 실적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데 구리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올해도 우호적 영업환경을 맞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LSMnM은 제품 가격이 구리 가격에 연동되기 때문에 구리 가격이 높아지면 이익도 함께 늘어난다.
LS엠트론은 국내 농기계 3위권 내 업체로 꼽힌다. 국내 농기계 시장은 1~3위 업체 모두 30% 안팎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과점시장이다.
다만 LS그룹은 이들 주력 계열사들의 상장을 검토하면서도 구체적 일정을 담은 로드맵까지 아직 마련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LS 관계자는 “앞으로 5년 안에 주력 자회사 기업공개를 통해 성장사업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 주력 자회사보다 기업공개 일정이 가시화돼 있는 곳은 LS전선의 자회사 LS머트리얼즈다.
LS머트리얼즈는 애초 LS엠트론의 울트라커패시터(UC)사업부가 물적분할돼 설립된 곳으로 분할 이후 LS전선으로 소속을 옮겼다. 울트라커패시터는 전기차, 풍력발전 등에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해 주는 보조저장장치로 에너지 전환의 가속화에 따라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LS머트리얼즈는 올해 2월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를 주요 증권사들에 전달하며 상장을 위한 첫 단추를 뀄다.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는 LS머트리얼즈가 연내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최근 주식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거시경제와 금융환경이 모두 불안해 상장을 추진하기에는 적절한 시점이 아니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게다가 자회사 상장에 따른 기업가치 변동 가능성을 놓고 소액주주 반발이 커지고 있는 추세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는 지주사 LS의 자산과 실적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LS전선과 LSMnM, LS엠트론 등의 상장을 추진할 때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다른 기업들이 소액주주의 반대로 비슷한 상황에서 뜻을 접은 사례들도 계속 나오고 있다.
DB하이텍은 지난해 팹리스 사업부를 물적분할하려 했지만 소액주주 반대로 계획이 무산됐다. 올해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분할 자회사의 상장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아 물적분할 안건을 다시 올렸다.
HD현대그룹의 조선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자회사 현대삼호중공업의 기업공개를 추진하려 했지만 역시 소액주주 반발을 맞으며 상장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