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부인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과 아들 현승담 전 동양네트웍스 대표가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수많은 개인투자자가 동양그룹 사태로 피해를 입는 와중에 모자가 재산 빼돌리기를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현 회장은 국정감사에서 피해자 보상을 위해 사재를 내놓겠다고 약속했지만 뒤로 재산 빼돌리기를 시도한 것이다. 현 전 회장은 1조 원대 기업어음(CP) 발행 사기혐의 등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는 최근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과 그의 아들 현승담 전 동양네트웍스 대표를 소환조사했다고 15일 밝혔다.
이혜경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동양그룹이 기업회생을 신청한 이후 그림과 조각 수백점이 압류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자 이를 몰래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현 전 대표는 그림과 조각을 실질적으로 빼돌리는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소유하던 고가의 미술품들을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를 통해 팔아치웠다. 검찰은 현 회장 등 동양그룹의 주가조작 혐의를 조사하던 중 이 부회장과 홍 대표 사이의 자금흐름을 포착하고 이 부회장의 미술품 보관창고와 서미갤러리를 압수수색해 그림과 조각품 수십점을 찾아냈다.
이 부회장의 미술품을 처분해준 홍 대표는 이미 다른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CJ그룹의 해외미술품 구매를 대행해주면서 탈세한 혐의로 지난해 검찰에 기소됐다. 이외에도 홍 대표는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의 비리에도 연루되는 등 재계의 돈세탁 창구로 자주 이름이 오르내리는 인물이다.
현승담 전 대표는 어머니를 도와 차량을 지원하거나 현장을 감독하는 등 그림을 빼돌리기 위해 실질적 역할을 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현 전 대표는 지금까지 수차례 검찰에 출석해 자료를 제출하거나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 오너 일가의 재산 빼돌리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법원은 지난 4월 동양네트웍스의 회생절차를 밟던 중 동양네트웍스 사옥과 회사 소유 주택에 숨겨진 골동품 330여 점을 발견하고 가압류했다.
그러자 이 부회장은 법원의 가압류 집행 직전 트럭을 보내 골동품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고 했으나 동양네트웍스 인사의 만류로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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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 |
검찰은 동양 오너일가가 재산처분을 피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미술품을 빼돌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수사가 아직 진행중”이라며 “수사상황을 지켜본 뒤 적법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이 미술품 자금의 출처를 제대로 소명하지 못하면 상속증여세법에 따라 탈루소득으로 간주돼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동양 오너일가가 그룹 경영권 유지를 위해 부실 계열사 회사채 등을 판매해 5만 명 가까운 개인투자자가 피해를 입은 상황을 고려하면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며 “현재현 회장과 이혜경 부회장 뿐 아니라 아들인 현승담 전 대표에게까지 구속수사라는 불똥이 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2007∼2008년 무렵부터 경영권 유지를 위해 사기성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발행하고 2013년 고의로 5개 계열사의 법정관리를 신청해 투자자들에게 1조3천억여 원대의 피해를 입힌 혐의로 지난 1월 구속기소됐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위현석)는 15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난 1월 말 재판에 넘겨진 현 회장의 구속 만기일은 이달 말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찰이 현 회장의 주가조작 혐의를 추가 기소함에 따라 이날 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직권으로 발부했다. 재판부는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이유를 밝혔다.
이에 앞서 검찰은 지난 5월 동양시멘트에 대한 시세조종을 통해 400억 원대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로 현 회장을 추가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