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인공지능기술의 일부인 ‘머신러닝’ 구현에 특화한 반도체 신제품을 공개하면서 엔비디아와 퀄컴 등 경쟁업체도 인텔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머신러닝 기술 적용분야의 확대로 고성능의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낸드플래시 공급을 늘려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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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 |
도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18일 “머신러닝 시장이 점점 커지며 반도체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스마트폰을 대체할 새 수요처로 떠오를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텔은 최근 하나의 칩셋에 최대 70개의 코어를 탑재해 병렬처리 성능을 크게 높인 시스템반도체 신제품 ‘제온파이7200’을 공개했다.
일반적으로 PC와 스마트폰 등에 적용되는 프로세서는 2개(듀얼코어)에서 8개(옥타코어) 사이의 코어를 탑재하고 있는데 이와 비교해 성능이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아진 것이다.
코어 수가 늘어나면 동시에 여러 개의 연산을 처리할 수 있어 멀티태스킹(다중작업)과 빅데이터 등 정보처리작업에 유용하다.
도 연구원은 인텔이 여러 개의 단순연산을 동시에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머신러닝 기술과 관련된 시장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이런 제품을 내놓은 것으로 분석했다.
머신러닝은 기기가 외부의 이미지나 정보를 받아들여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기술이다. 최근 이세돌9단과 대국에서 승리한 구글의 바둑프로그램 ‘알파고’가 이런 방식으로 바둑 기보를 학습했다.
머신러닝은 향후 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전력을 분배하는 스마트에너지나 외부 사물과 도로 등의 이미지를 카메라로 받아들여 반응하는 자율주행차분야에서 널리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 연구원은 “인텔은 머신러닝 구현에 장점을 보유한 그래픽반도체기업 엔비디아 등에 우위를 점하기 위해 기술력을 꾸준히 발전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텔은 지난해 머신러닝에 특화한 반도체기업 알테라를 19조 원에 인수하고 대규모 사업재편과 구조조정을 이어오며 기존 주력사업인 PC용 반도체를 대체할 수 있는 미래 성장동력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퀄컴 역시 AP(모바일프로세서) 신제품 ‘스냅드래곤820’에 머신러닝 기술을 탑재하고 자동차 전용 반도체를 출시하는 등 인텔과 치열한 경쟁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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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 사업부 사장(왼쪽)와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
삼성전자 역시 시스템LSI사업부 안에 신사업전담팀을 꾸리고 IBM 등 인공지능 관련기업과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등 머신러닝 관련기술을 확보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인공지능 관련기업의 인수합병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며 국내 인공지능 관련기업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머신러닝기술의 특성상 정보를 빠르게 저장하고 읽어들여야 해 향후 시장이 성장하면 시스템반도체 외에도 고성능 낸드플래시를 활용한 저장장치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세계 낸드플래시시장에서 앞선 기술력을 확보한 업체들이 이런 시장변화에서 낸드플래시 공급을 늘리며 수혜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파악했다.
도 연구원은 “머신러닝과 빅데이터시장은 스마트폰시장의 둔화를 만회할 메모리반도체 기업의 새로운 수요처로 떠오르고 있다”며 “머신러닝 관련 시장은 앞으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