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공들 들여온 공항운영 정상화 노력이 결실을 앞두고 있다.
중국국영면세점그룹의 면세점 입찰 참여로 인천공항 면세점의 임대료 인상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인천공항 수요 회복의 마지막 열쇠인 중국 노선 운항횟수가 상반기 안에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 입찰 흥행 및 중국노선 운항횟수 회복 전망에 힘입어 공항운영 정상화를 눈앞에 뒀다.
13일 항공업계 및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정부가 중국발 입국자의 방역조치를 모두 해제함에 따라 인천국제공항 여객수요 정상화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2월 한국과 중국 사이 단기비자 발급이 재개되고 3월초 입국 후 검사의무가 해제된 데 이어 11일부턴 중국발 입국자의 입국전 코로나19 검사 의무가 해제됐다. 한국과 중국 사이 항공여행 방역규제가 실질적으로 모두 풀린 셈이다.
앞서 우리 정부는 중국 내 코로나19 유행이 재확산하자 1월2일부터 중국발 입국자를 대상으로 입국 후 코로나19 검사와 단기비자 발급 중단 등 강도 높은 조치를 단행하고 같은 달 5일부터는 입국 전 유전자증폭(PCR) 및 전문가용 신속 항원 검사(RAT) 검사 음성확인서 제시와 항공기 탑승 때 큐알(QR)코드 입력 의무화를 적용한 바 있다.
중국인 단체관광 허용 국가 목록에 한국이 빠진 상태고 중국정부가 관광비자 발급업무를 재개하지 않고 있지만 중국 정부도 상호주의에 따라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한 방역규제를 완화하고 관광비자 발급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2월 기준 하루 9회 수준인 인천국제공항 중국 노선 운항횟수는 상반기 안에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12월 120회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승운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보고서에서 "2월 중순 이후 한국과 중국 사이 방역 조치 완화가 이뤄지며 국제 여객의 완전 정상화를 기대해볼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다"며 "코로나19 이전 전체 중국 노선 여객 수 가운데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40% 수준으로 한국인들의 중국 여행 수요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코로나19 기간 여객수요 회복과 국제노선 복원에 공을 들여왔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운항 회복도를 달성한 노선을 대상으로 운영 비용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네트워크 리부팅'을 통해 국제선 공급력을 확충하는 데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하계 성수기 동안 64개 대상 노선 가운에 33%, 21개 노선이 코로나19 이전 대비 50% 이상의 여객회복률을 달성했다. 운항횟수는 2021년 같은 기간보다 약 3배(6784회→2만23회) 증가하면서 네트워크 리부팅 비 대상 노선의 운항증가율(86%)보다 109%포인트 높은 수치를 보였다.
그밖에 항공수요 회복 가능성이 높은 지역의 여행 상품을 공모해 마케팅 비용을 지원하는 여객 해외여행심리 회복 촉진 프로그램 '트립부스터'도 시행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중국노선 공급회복을 위해 '네트워크 리부팅 2.0'을 추진하고 중국의 한국 방문 수요를 끌어올리기 위해 해외 여행사 및 항공사의 방한 여행상품 판촉비 지원 프로그램인 '웰컴 투 ICN'을 새로 도입하기로 했다.
김경욱 사장은 중국노선 정상화에 거는 기대가 크다. 사실상 인천공항 정상화의 화룡점정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019년 인천국제공항 이용객 7117만 명 가운데 중국노선 이용객은 1358만 명으로 동남아시아(30%)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비중(19%)를 차지한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노선 실적은 42만 명으로 코로나19과 비교해 97% 줄었다.
올해 들어서도 2023년 2월 기준 여객수 회복률은 2019년 2월의 10% 수준을 보이고 있다. 미주 93%, 동남아 84%, 일본 80% 등 주요국과 격차가 크고 전체 국제여객 회복률인 65%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중국발 방한 및 환승 수요 유치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여 한국 중국 항공수요 조기 정상화에 힘쓰겠다"며 "연내 중국 여객 회복률 50%를 목표로 다양한 수요회복 마케팅을 실시할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중국 여객수요 회복과 더불어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 입찰이 흥행하고 있는 점도 김 사장의 어깨를 가볍게 하고 있다.
2023년 2월 말 마감된 면세점 입찰에 일반기업 사업권(DF1~5)을 두고 호텔롯데, 호텔신라, 신세계디에프, 현대백화점면세점,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이 참여했다. 또 중소·중견기업 사업권(DF8~9)에는 경복궁면세점, 시티플러스, 디에스솔루션즈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해외여행 제한 등이 이어지면서 2021년 2월, 9월, 10월 세 차례 진행된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이 모두 유찰된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특히 중국 정부의 면세육성 정책 지원에 힘입어 글로벌 면세업 선두를 달리고 있는 CDFG의 입찰 참여는 국내 면세업계에겐 부담이지만 김 사장으로선 고무적이다.
CDFG가 막강한 자금력을 등에 업고 입찰 경쟁에서 높은 임대료를 제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도 가격대를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김 사장은 이번 입찰을 준비하며 임대료 산정방식과 계약기간, 사업권 묶음 등을 대폭 조정하는 등 흥행에 사활을 걸어왔다.
임대료 산정방식을 고정 임대료에서 공항 여객수에 사업자가 제안한 여객당 단가를 곱해 임대료를 산정하는 방식으로 변경했으며 계약기간을 기존 '기본 5년+옵션 5년'에서 옵션 없이 10년으로 늘려 면세점 운영 안정성을 높였다.
사업권과 관련해 화장품, 주류, 담배 등 면세사업자가 마음에 드는 사업권을 별개로 골라 입찰을 신청할 수 있는 방식에서 알짜 상권을 묶어 특정 사업을 하려면 그다지 원치 않는 사업까지 한꺼번에 하도록 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1차 심사를 진행한 뒤 4월 관세청 최종 심사를 거치면 낙찰자가 선정된다. 신규 사업자는 여름휴가가 시작되는 7월부터 영업을 시작한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