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젤이 내로라하는 전문가들로 이사회를 꾸렸다. 왼쪽부터 브렌턴 손더스 전 엘러간 회장, 허서홍 GS 부사장,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부회장. |
[비즈니스포스트] 보툴리눔톡신기업 휴젤이 역대 가장 화려한 멤버로 이사회를 구성하며 글로벌 사업 확대에 나선다.
13일 휴젤에 따르면 3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에 보툴리눔톡신 전문가, 경영 전문가, 오너십의 3대 축이 모이게 된다.
먼저 보툴리눔톡신 전문가는 지난해부터 휴젤 기타비상무이사를 지내고 있는 브렌턴 손더스 전 엘러간 회장을 가리킨다.
엘러간은 세계 최초로 출시된 보툴리눔톡신제제 '보톡스'를 판매하는 기업이다. 보톡스는 현재도 보툴리눔톡신제제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며 시장 1위 제품으로 꼽힌다.
손더스 회장은 바슈롬, 포레스트래버러토리스, 쉐링프라우(현재 MSD) 등 다양한 헬스케어기업에서 일하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엘러간 회장 겸 CEO를 지냈다. 보톡스가 시장 지위를 유지하게끔 공헌해 엘러간의 기업가치를 대폭 상승시켰다. 실제로 2015~2019년 앨러간 매출은 127억 달러에서 161억 달러로 증가해 대규모 성장이 이뤄졌다.
이런 순조로운 성장은 미국 바이오기업 애브비가 엘러간을 전격 인수하는 계기가 됐다. 애브비는 2019년 6월 엘러간을 630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고 2020년 인수를 완료했다.
손더스 회장은 엘러간이 애브비의 품에 안긴 뒤 회사를 떠났다. 그렇다고 경영자로서의 활동을 그만둔 건 아니다. 수많은 기업이 손더스 회장의 역량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높이 평가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어서다.
손더스 회장은 2020년 5월 미국 특수목적법인(SPC) 베스퍼헬스케어의 회장으로 취임해 미용기업 하이드라페이셜(현재 뷰티헬스)과 합병함으로써 나스닥 상장을 성사했다. 이후 지금까지도 뷰티헬스의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올해 2월에는 미국 콘텍트렌즈기업 바슈롬의 CEO로 다시 임명되기도 했다.
휴젤은 손더스 회장이 보툴리눔톡신제제 '보툴렉스'의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날개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휴젤 이사회의 다른 핵심 멤버 중 하나는 GS그룹 오너 4세인 허서홍 GS 부사장이다.
허서홍 부사장은 허광수 삼양통상 회장의 아들이자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조카다. GS에너지에서 일하다 2020년 지주회사 GS로 이동해 미래사업팀장으로서 신사업 발굴을 담당해왔다. 특히 GS그룹의 휴젤 인수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GS그룹은 2021년 8월 싱가포르 펀드 CBC그룹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꾸려 휴젤 인수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그룹 출범 이래 처음으로 제약바이오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GS그룹 컨소시엄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아프로디테는 지난해 4월 휴젤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와 함께 허서홍 부사장도 기타비상무이사로서 휴젤 이사회에 합류했다.
당시 허서홍 부사장은 "GS그룹은 바이오 분야를 신성장 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에 따라 휴젤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며 휴젤과 GS그룹의 시너지 창출 전략을 시사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허서홍 부사장 주도로 향후 GS그룹이 휴젤 이외에 다른 유망한 제약바이오기업 인수에도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보툴리눔톡신 전문가 손더스 회장과 오너 측 경영진 허서홍 부사장에 이어 합류하는 경영 전문가는 다름아닌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대표이사 부회장이다. 그는 30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휴젤 기타비상무이사에 선임될 것으로 예정됐다.
차석용 전 부회장은 LG생활건강 역사의 산증인이나 마찬가지다. 2005년 LG생활건강 대표에 오른 뒤 무려 18년 동안 회사 경영을 이끌어 LG그룹 최장수 CEO로 이름을 새겼다.
최장수 CEO보다 그의 명성을 더욱 키운 것은 '17년 연속 성장'이라는 대기록이었다. 2004년 9천억 원가량이었던 LG생활건강 매출은 17년 동안 지속해서 증가세를 유지해 2021년에는 8조 원대에 이르렀다. 이를 두고 '
차석용 매직'이라는 말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2022년 11월 LG생활건강을 떠난
차석용 전 부회장은 1년도 지나지 않아 휴젤 이사회 멤버로 경영일선에 다시 나서게 됐다. '
차석용 매직'이 휴젤에서도 효과를 발휘할지 주목된다.
휴젤은 "차 후보자는 다양한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며 뛰어난 역량을 인정받아온 만큼 기존 이사회와 함께 글로벌 성장을 끌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휴젤은 보툴리눔톡신사업을 바탕으로 2022년 매출 2817억 원, 영업이익 1025억 원을 거둬 역대 최대실적을 달성했다. 올해는 보툴리눔톡신 미국 품목허가와 캐나다 및 호주 출시 등을 통해 매출을 지난해보다 20% 이상 성장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