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감사팀의 경영진단을 받고 있다.
최치준 삼성전기 사장 입장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삼성그룹의 전자계열사 가운데 최악의 실적부진을 겪고 있는 데다 경영진단 결과에 따라 고단한 구조조정의 길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 경영진단 받는 삼성전기
삼성그룹은 15일 미래전략실 감사팀이 11년 만에 삼성전기에 대한 경영진단을 실시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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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치준 삼성전기 사장 |
삼성그룹의 관계자는 "삼성전기의 경우 경영진단을 한 지 오래된 데다 최근 IT트렌드가 급변하는 상황인 점을 감안해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강화하고자 경영진단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전략실 감사팀이 최근 경영진단을 한 곳은 삼성엔진니어링, 삼성중공업 등 경영실적에 문제가 있는 계열사들이다.
경영진단 결과 수익성 회복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사업에 대해서 자체 구조조정 등을 권고하는 등 조처를 취하게 된다.
삼성전기는 스마트폰 부품을 생산해 삼성전자가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수직계열화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인쇄회로기판(PCB)과 카메라모듈 등 스마트폰 주요부품을 삼성전자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 1분기 기준 삼성전자 매출비중이 60%에 이른다. 그만큼 삼성전자의 실적에 따라 삼성전기도 영향을 크게 받는다.
삼성전기는 지난 해 4분기 35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뒤 올 1분기 흑자로 돌아섰지만 영업이익은 151억 원에 그쳤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15% 줄었고 영업이익은 87%나 급감했다.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부품이 줄어든 게 주요 원인이다.
삼성전기의 2분기 실적도 낙관할 수 없다. 최대 납품처인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이 어닝쇼크를 기록했기 때문에 삼성전기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어규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의 2분기 영업이익은 500억 원으로 시장기대치인 620억 원을 밑돌 전망"이라며 "갤럭시S5 출시에도 중저가 라인업의 모델교체 이슈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7800만대에 그쳐 카메라모듈 등 스마트폰 부품의 판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 최치준이 찾는 삼성전기의 활로
미래전략실은 이번 경영진단을 통해 삼성전자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삼성전기의 사업방식에 대한 개선방안을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고 샤오미 등 중국발 중저가 스마트폰의 부상으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사업 부진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삼성전기로서도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다. 최치준 삼성전기 사장은 지난 2월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영국 테스코에 전자가격표시장치(ESL)을 납품하기로 했다”며 “시장을 주도해 3~4년 내 조 단위 사업으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가격표시장치(ESL)는 매장 진열대에 물건의 가격을 보여주는 LCD다. 가격표를 붙이는 기존방법은 가격이 바뀔 때마다 가격표를 새로 부착해야 해 번거로웠다. 홈플러스 같은 대형마트에 요긴한 제품이다.
삼성전기는 또 자기진공방식 무선충전 시스템을 개발해 지난 1월 세계 최초로 무선충전연합의 공식인증을 받았다. 삼성전기는 무선충전시장을 선도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등 전자계열사들은 최근 3~4년 동안의 호황 속에 인력과 조직을 대거 늘려왔다. 이 때문에 이번 경영진단을 통해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삼성그룹은 상반기에 금융계열사를 상대로 구조조정을 벌였다. 삼성증권(300명)과 삼성생명(1천명)에서 퇴직한 인력 중 상당수를 삼성전자 등 삼성 계열사 여러 곳에 나눠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