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덜란드와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미중 반도체 패권경쟁 사이에 놓였다. 사진은 ASML 노광장비가 해외 수출을 위해 항공기에 실리고 있는 모습. < ASML >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 패권경쟁을 벌이면서 ASML을 보유한 네덜란드가 고심에 빠졌다.
네덜란드는 최신 반도체 기술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나서긴 했지만 미국이 원하는 수준만큼의 규제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주요 외신이 전망했다.
10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즈는 네덜란드 정부가 중국으로 이미 수출한 반도체 생산장비의 유지보수작업을 허용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유지보수작업이 문제되는 이유는 ‘최첨단 기술’을 탑재한 반도체 생산장비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보고서에 명시했기 때문이다.
리셔 스레이네마허르 네덜란드 무역부장관은 현지시각으로 8일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국가안보를 이유로 반도체기술 수출통제에 나설 것이며 심자외선(DUV) 노광장비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명시했다.
보고서 내용에 따라 네덜란드 반도체장비 생산기업인 ASML은 ‘트윈스캔 NXT:2000i’모델과 같은 DUV 장비를 수출할 때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유지보수 작업 가능성을 남겨놓는 이유는 중국시장의 중요성 때문이다.
기존에 중국이 구매한 반도체 생산장비는 이미 수출했으므로 통제 대상이 아니며 가장 최신의 기술 또한 아닐 가능성이 높다.
스레이너마허르 장관은 “중국에 수출을 완료한 반도체 생산장비의 부품 교체나 정비작업을 허용할지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며 “세부사항을 계속해서 정할 계획”이라고 파이낸셜타임즈를 통해 밝혔다.
ASML 관계자 또한 블룸버그를 통해 “이번 수출 통제는 가장 최첨단인 장비에만 해당한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가장 최첨단’인 장비가 무엇인지 명확한 정의를 전달받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네덜란드 정부와 ASML이 해당 보고서 내용을 폭넓게 해석해 중국시장과 계속해서 연결고리를 이어가려는 것이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전면 금지하라고 계속해서 네덜란드 정부를 압박해왔다.
하지만 ASML이 중국시장에서 거두는 매출을 고려하면 네덜란드 정부와 ASML은 미국 요구를 전면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홍콩언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ASML의 연차보고서를 분석해 2021년 중국에서 DUV 장비를 판매해 벌어들인 매출이 모두 27억8천만 달러(약 3조7천억 원)라고 집계했다.
ASML의 전체 매출에서 중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으로 DUV 장비를 판매하지 못한다면 ASML이 중국에서 창출하는 매출액의 70%가 넘는 금액의 손실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반도체 컨설팅업체 IC와이즈의 리서치 책임자 왕 샤오롱은 “ASML이 DUV 중국 판매를 멈추면 약 20억 달러(2조6548억 원) 수익 손실이 날 것”이라며 “그 영향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수출금지보다 훨씬 더 크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를 통해 말했다.
스레이너마허르 장관 또한 현지시각으로 9일 언론을 통해 “이번 수출통제는 특정 국가를 점찍어 시행하는 것이 아닌 아닌 중립적 성격”이라며 “반도체 장비 무역흐름을 방해하고 싶지 않다”며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