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윤경림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가 낙점된 뒤 첫 메시지로 정부·여당을 의식한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놨다.
윤 후보자가 KT 새 수장으로서 확실한 입지를 다지는 데는 정부·여당 이상으로 주주들의 여론이 중요한 만큼 주주환원 대책도 뒤이어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 윤경림 KT 대표이사 후보자(사진) KT 수장으로서 확실한 입지를 다지는 데는 정부·여당 이상으로 주주들의 여론이 중요한 만큼 주주이익을 제고하기 위한 대책도 뒤이어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
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윤 후보자가 KT에 지배구조개선TF(가칭) 구성을 제안하며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보인 것은 여권을 의식한 측면이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윤 후보자는 “논란이 되고 있는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이슈와 과거 관행에 따른 문제들을 과감하게 혁신하겠다”며 “KT가 국민기업으로서 국내 최고 수준의 지배구조 모범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KT가 윤 후보자를 다음 대표 후보로 확정하기 전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국민연금 등이 계속해서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와 KT의 대표이사 선발 절차를 두고 문제를 삼았던 만큼 여권의 지적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윤 후보자가 KT 차기 대표 선발 과정에서 최종 후보 4인으로 선발됐을 때 국민의힘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그를 콕 집어 '
구현모 현 대표의 아바타'라고 비난한 바 있다.
당시 국민의힘 과방위 의원들은 “철저히 내부 특정인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이권 카르텔’을 유지하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여권의 공격을 두고 도를 넘어선 인신공격성 좌표찍기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지만 윤 후보자는 오히려 몸을 낮추고 여권이 지적한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태도를 보인 셈이다.
3개 회사가 과점하고 있는 이동통신업종의 특성상 정부의 규제 강도가 높은 만큼 윤 후보자로서는 자신을 향한 여권의 부정적 시각을 조금이라도 완화할 필요성이 크다.
또 여권에서 나온 지적들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함으로써 추가 공격의 빌미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도 읽힌다.
통신업계와 증권업계 안팎에서는 윤 후보자가 뒤이어 주주친화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윤 후보자는 대표에 오르기 위해서는 주주총회를 통해 주주들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지분율 8.53%)이 정부 영향권에 놓여 있는 만큼 대표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국민연금이 윤 후보자 선임에 반대한다면 대표 취임을 장담하기 어렵다.
다만 KT의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소액주주 비율은 60% 가까이 되며 외국인 지분율은 43%가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 소액주주와 외국인 투자자를 우호 세력으로 확보하는 일은 윤 후보자에게는 대표 취임뿐 아니라 정치권 외풍에 휘둘리지 않고 독립적 경영입지를 다지는 데도 중요하다.
일각에서는 KT 대표 교체기에 주식 투자매력이 감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경영진 교체기인 올해 KT의 이익 성장을 장담할 수 없고 주당배당금(DPS) 증가 가능성을 높게 볼 수 없게 됐다”고 바라봤다.
그런 만큼
윤경림 후보자로서는 배당확대 기조를 분명히 하는 등 주주들을 안심시킬 만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내놓을 필요성이 큰 셈이다. 특히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은 배당정책을 비롯한 주주환원에 민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윤 후보자를 지지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KT 소액주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개설하며 세력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카페 ‘KT주주모임’에서 확보한 소액주주 지분은 180만 주(지분율 0.76%)를 넘겼다.
이들은 주주 1천 명, 주식 500만 주를 모아 3월 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윤 후보자의 대표이사 선임안에 찬성표를 던진다는 계획을 세웠다. 윤 후보자가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한다면 지지세가 더욱 커질 수 있다.
KT주주모임의 한 회원은 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의 단결을 호소하면서
구현모 현 대표의 배당 확대 기조를 윤 후보자가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KT는 구 대표 취임 전인 2019년 주당 1100원을 배당했으나 2020년 1350원, 2021년 1910원으로 매년 꾸준히 배당금을 늘렸다.
다른 회원은 “자격도 경영능력도 없는 노쇠한 정치인·관료 출신들이 똥파리처럼 달려들어 회사를 악의적으로 흔들고 주가 폭락사태를 야기해 개인투자자들만 피눈물 흘리며 한숨 짓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자”고 소액주주의 참여를 독려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