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3-03-09 11:5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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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SK온이 각형 배터리로 발을 넓히면서 국내 배터리 경쟁사와 마찬가지로 2개의 배터리 폼팩터(형태) 생산에 나서게 된다.
최근 전기차-배터리기업 사이 합종연횡이 활발해지고 있는데 지동섭 SK온 대표이사 사장은 배터리 폼팩터 다변화를 통해 고객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 지동섭 SK온 대표이사 사장이 파우치형에서 각형으로 배터리 폼팩터를 늘리며 합종연횡이 가속화하고 있는 배터리 시장에서 고객사 확보에 승부수를 던졌다.
SK온은 올해 안에 각형 삼원계(NCM, 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시제품 생산에 돌입한다고 9일 밝혔다.
SK온은 지금까지 파우치형 배터리만 생산해왔는데 LG에너지솔루션(파우치형, 원통형)과 삼성SDI(각형, 원통형)처럼 배터리 폼팩터 2개를 갖추게 되는 것이다.
각형 배터리는 파우치형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에너지밀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파우치형보다 외부 충격에 강하고 내구성이 강해 안정성이 높다는 장점을 지닌다.
지동섭 사장은 각각의 장점이 다른 각형과 파우치형을 모두 생산해 다양한 고객사의 요구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또 각형 배터리는 제작 공정이 상대적으로 파우치형보다 단순해 대량 생산 시 비용 절감이 가능한 것도 특징으로 꼽힌다.
제작 공정 측면의 장점은 최근 배터리 후발주자로서 수율 관련한 성장통을 겪고 있는 SK온이 향후 빠르게 각형 배터리 시장에서 안착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SK온은 각형 배터리와 함께 파우치형 LFP 배터리 시제품과 ‘코발트프리’ 배터리 개발현황도 공개하며 배터리 다변화에 적극적 모습을 보였다.
지 사장이 각형 배터리를 필두로 배터리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것은 전기차 및 배터리 시장 흐름에 발맞춰 고객사 확보에 더욱 공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최근 전기차배터리산업에서는 완성차업체-배터리업체 사이 합종연횡이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3사의 사례를 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너럴모터스(GM)와, SK온은 포드와 미국에서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설하면서 굳건한 ‘동맹’ 관계를 맺어왔다.
그러나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미국 4번째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 계획이 무산되고 SK온도 포드와 튀르키예 배터리 합작공장 협력에서 손을 놓기로 한 상황에서 각각의 배터리 합작 파트너가 다양해지는 기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급격하게 성장하는 전기차 및 배터리 시장에서 완성차업체가 향후 예상되는 배터리 공급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보인다.
GM의 미국 4번째 배터리 합작공장 파트너로는 삼성SDI가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고 포드는 튀르키예 배터리 합작공장을 위해 LG에너지솔루션과 손을 잡았다. 이 과정에서 완성차업체가 다양한 배터리 폼팩터를 채용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배터리업계에서는 GM과 삼성SDI의 협력에서 배터리 폼팩터 다변화 측면을 주목하고 있다.
GM은 당초 LG에너지솔루션의 파우치형 배터리를 조달하기 위해 4번째 합작공장을 추진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이 무산된 뒤 GM의 새로운 파트너로는 파우치형 배터리 생산하는 SK온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GM은 파우치형을 생산하지 않는 삼성SDI와 손을 잡았다.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GM은 삼성SDI와의 배터리 합작공장을 통해 각형 배터리와 원통형 배터리를 모두 확보하려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SDI와 GM의 합작은 중대형 파우치형에 의존하던 GM이 각형과 원통형까지 선택했다는 의미가 크다”며 “전기차 시장 초기 단일 폼팩터에 의존하던 완성차업체들이 배터리 셀 선택의 다변화를 적극적으로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 사장은 각형 배터리를 통해 기존 고객사와 관계를 더욱 확고히 하고 추가 고객사도 확보할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K온이 양산을 추진하는 각형 배터리는 폭스바겐, 포드, BMW, 벤츠 등이 탑재하고 있다.
▲ SK온이 '인터배터리 2023'에서 공개 예정인 각형 배터리 실물모형. < SK온 >
특히 폭스바겐은 지난해 초 각형 배터리 탑재를 대거 늘리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올해부터 각형 배터리를 본격적으로 탑재하면서 각형 배터리 사용 비중을 2030년 80%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는 폭스바겐의 전기차배터리에서 SK온이 차지하는 비중이 자연스럽게 하락할 수밖에 없는 요소로 여겨졌다. SK온은 폭스바겐에 파우치형 배터리를 제공하고 있는데 폭스바겐에 각형 배터리도 납품할 수 있다면 지속해서 점유율을 확대할 가능성이 커진다.
SK온은 포드에도 파우치형 배터리만 공급해왔는데 포드의 대대적 전동화 전략에 발맞춰 각형 배터리까지 공급하면 동맹 관계를 더욱 굳건히 해 핵심 고객사로 붙잡는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지 사장은 SK온을 미래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배터리 폼팩터 다변화는 그 꿈을 위한 승부수로 볼 수 있다.
지 사장은 지난해 초 SK이노베이션 스키노뉴스(SKinnoNews)를 통해 공개한 인터뷰 영상에서 “2022년은 2030년 배터리 분야 세계 1위라는 원대한 도전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연말 특파원간담회에서는 “2025년에는 SK온이 글로벌 3위에 이르는 배터리 공급기업이 될 것”이라며 중간 단계의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SK온 관계자는 “향후 SK온의 각형 배터리 기술력을 확인한 고객사와 협의를 거쳐 양산 시점이 구체적으로 결정될 것”이라며 “파우치형에서 각형으로 폼팩터를, 또 삼원계에서 LFP로 물성도 다변화하면서 공급처를 더욱 다양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