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2023-03-07 16: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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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자발적 탄소시장을 향한 국내 기업의 관심이 높아졌다.
자발적 탄소시장이 해외에서는 이미 자리를 잡아감에 따라 국내에서도 관련 체계를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 세계적으로 자발적 탄소시장을 향한 기업의 수요가 커지면서 인증, 배출권 발급 등에서 시스템을 정비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한국에서도 대한상공회의소가 올해 1월 탄소감축인증센터를 설립하고 ‘한국형 탄소감축인증표준(KCS)’를 제정하는 등 자발적 탄소시장 구축에 적극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7일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내 매출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자발적 탄소시장에 대한 인식’을 놓고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내놨다.
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374곳 기업 가운데 66.8%는 ‘자발적 탄소시장이 탄소배출 감축에 기여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자발적 탄소시장(Voluntary Carbon Market, VCM)’은 기업, 지방자치단체, 개인 등이 자발적으로 탄소배출 감축 사업을 추진해 발생한 감축 실적(Credit)을 거래하는 시장을 뜻한다.
국제기구나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권을 할당하고 배출권의 과·부족분을 거래해 목표를 지키도록 하는 ‘규제적 탄소시장(Compliance Carbon Market)’과는 구분된다.
기업에 탄소배출을 감축하도록 압박이 강해질수록 자발적 탄소시장의 중요성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로서는 탄소배출량을 줄이기만 해서는 넷제로(Net Zero)를 달성할 수 없기 때문에 필요한 규모의 배출권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해진다.
하지만 규제적 탄소시장을 통해서는 정부 등에 의해 할당된 배출권 외에 새로운 배출권을 창출할 수 없다.
결국 자발적 탄소시장을 통한 배출권 확보가 불가피한 셈이다.
대한상의 설문조사에서도 응답기업의 40%는 자발적 탄소시장을 통해 탄소감축 제품, 기술, 서비스 개발 및 판매까지도 감축 실적으로 인정받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수요가 분명해짐에 따라 이미 해외에서는 자발적 탄소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자발적 탄소시장을 통한 전 세계의 감축 성과는 2020년 2억3400만 톤에서 2021년 3억7800만 톤으로 1년 사이 60%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세계적 컨설팅기업인 맥킨지는 자발적 탄소시장이 2021년 기준으로 2030년까지 15배, 2050년에는 100배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바라본 바 있다.
해외에서는 자발적 탄소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데 발맞춰 탄소배출 감축을 인증하고 배출권은 발급해주는 주체가 등장하는 등 체계가 갖춰져 가는 모양새다.
미국의 베라(Verra), 스위스의 골드 스탠다드(Glod Standard) 등은 대표적인 자발적 탄소감축 인증기관으로 꼽힌다.
배출권을 놓고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 250여 곳 민간 기관이 참여해 2021년에 ‘자발적 탄소시장을 위한 태스크포스(TSVCM)’를 출범하기도 했다.
영국 정부와 유엔개발계획(UNDP) 주도로 ‘자발적 탄소시장 무결성 이니셔티브(VCMI)’가 결성돼 2022년 6월에 무결성지침 초안을 공개하는 등 세계적으로 통일된 지침을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에서도 기업들에게 자발적 탄소시장이 절실해지면서 한국 기업을 위한 기준과 체계를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해외에서 구축된 자발적 탄소시장은 배출권 구매를 위해 외화로 지불해야 하는 데다 절차도 복잡해 인증까지 평균 1년 6개월가량 소요되는 등 불편함이 많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대한상의가 올해 1월 기업의 자발적 탄소감축 활동을 평가해 감축성과를 인증할 목적으로 대한상의 탄소감축인증센터를 설립하는 등 구체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대한상의는 해외의 탄소감축인증표준을 분석해 독자적인 ‘한국형 탄소감축인증표준(KCS)’를 제정하기도 했다.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과 공급망 실사법,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세계적으로 탄소배출을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세우려는 움직임이 활발한 만큼 이들 지역, 국가에서 한국의 탄소감축 인증 기준을 인정받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시형 대한상의 탄소중립실 과장은 “한국형 탄소감축인증표준을 국제적으로 인정 받기 위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등 대표적 상쇄사업의 방법론을 활용하고 제3자 검증을 통해 모니터링하는 등 신뢰도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편으로 이어짐)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