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차량용 전장(전자장비)이 전자부품 분야의 최대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면서 국내 전자부품 양대산맥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도 사업 확대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삼성전기는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에서, LG이노텍은 카메라모듈에서부터 각자의 장점을 살려 먼저 전장사업의 기반을 다지며 영토를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 차량용 전장(전자장비)이 전자부품 분야의 최대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면서 국내 전자부품 양대산막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도 전장 사업 확대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17일 IT업계에 따르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로 가파른 전환에 발맞춰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전장사업을 더욱 확대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 회사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박람회 CES2023에서도 전장사업 비중을 강화할 것이란 점을 예고했다.
삼성전기는 별도 부스를 마련하진 않았지만 장덕현 사장이 전장 쪽 고객들과 미팅을 진행하며 거래선 확보에 힘을 기울였다.
장 사장은 1월6일 CES2023에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목이 쉴 정도로 (고객사들과 만남이) 많았다. 전장기업 쪽으로 많이 만났다”며 올해 전장 부문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LG이노텍은 CES2023에서 부스 중앙에 자율주행차량 모형을 설치하며 전장 사업 확대 의지를 내보였다. 전장 부품 16종을 실제 차량에 탑재되는 위치에 맞춰 전시하며 관람객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전장시장의 높은 성장 잠재력은 두 회사가 전장에 심혈을 기울이는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전장시장 규모는 2028년 7천억 달러(약 1천조 원)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보급 확대와 자율주행 시스템의 고도화로 차량에 탑재되는 전자부품은 양적으로 늘어날 뿐 아니라 부가가치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제품군에서 겹치는 부분이 많아 전장시장에서도 스마트폰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치열한 경쟁을 펼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장시장이 아직 초기 성장 국면인 만큼 각각 주력 분야에서 성과를 내며 전장사업 확대 기반을 다져나가는 모양새다.
삼성전기는 적층세라믹커패시터 분야에서 전장 시장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기의 주력 사업가운데 하나인 적층세라믹커패시터는 전자제품의 회로에 전류가 안정적으로 흐를 수 있도록 제어하는 부품으로 전기차 시대를 맞아 자동차에서 쓰임새가 확대되고 있다.
전장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는 내연기관차에 5천 개가량 탑재되지만 연산장치가 늘어나는 전기차에는 1만 개, 자율주행차에는 1만5천 개까지 들어가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온과 고압의 가혹한 자동차 주행환경을 견뎌야 한다는 점에서 IT제품에 들어가는 적층세라믹커패시터보다 가격이 2~3배 높아 삼성전기의 수익성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글로벌 차량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 기업들 가운데 삼성전기의 생산능력 비중은 지난해 4%에서 올해 13%로 껑충 뛸 것으로 전망된다.
상위권 기업인 일본 무라타(44%->41%), TDK(20%->16%), 타이요유덴(18%->13%) 등의 생산능력 비중이 낮아지는 것과 대조된다.
삼성전기는 1월25일 실적발표 뒤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 “전기차는 내연기관에 비해 적층세라믹커패시터가 3배 더 필요한데 올해 적층세라믹커패시터 매출은 지난해보다 30%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규하 NH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가 전장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 분야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LG이노텍은 카메라모듈 경쟁력을 스마트폰에 이어 전장시장에서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이노텍의 사업부문별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카메라모듈이 포함된 광학솔루션 비중이 79.2%다. 자체적으로 추산한 모바일용 카메라모듈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28.2%에 이른다.
이런 카메라모듈 경쟁력은 전장 쪽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LG이노텍의 광학솔루션 매출에서 전장용 카메라모듈의 비중은 3% 미만으로 추정되지만 향후 비중이 높아지며 실적 기여도 역시 높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전기차·자율주행차 카메라모듈 출하량은 2021년 1억6700만 개에서 2025년 5억4천만 개까지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게다가 전장용 카메라모듈은 스마트폰 등 IT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만큼 전장용 카메라모듈 평균판매가격(ASP)은 스마트폰용보다 5~6배가량 높을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LG이노텍은 테슬라의 첫 픽업 전기차 모델인 사이버트럭에 탑재될 카메라모듈을 1조5천억 원 규모 수주한 것으로 추정하는 외신 보도가 나오는 등 전장용 카메라모듈에서도 성과가 가시화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LG이노텍은 애플의 자율주행차 ‘애플카’가 가시화하면 가장 많은 카메라모듈을 수주할 수 있는 공급자로도 손꼽힌다. 애플 스마트폰 아이폰 모델에 카메라모듈을 납품한 이력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은 전장용 카메라 모듈과 이미지 센서 공급선 확대를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장용 북미 거래선 매출액이 증가하는 2024년부터 매출이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