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석 사장으로서는 제품 다변화와 중장기 성장동력을 마련하며 사업 체질을 개선하는 과제를 안고 올해부터 DB하이텍 주력 파운드리사업의 사령탑을 맡게 됐다.
조 사장은 기존에 진행되던 고부가 제품 중심의 다변화 전략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고부가 특화 이미지센서 관련 공정기술 확보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이런 제품 다변화 전략의 일환인 것으로 분석된다.
DB하이텍은 글로벌셔터와 단일광자포토다이오드(SPAD) 등에 특화된 파운드리 공정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산업용 머신비전, 자율주행차, 증강현실(AR) 등 신규 고성장 분야의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셔터는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의 이미지를 왜곡 없이 포착하는 센서다. 최근 ‘스마트팩토리의 눈’으로 주목받는 ‘머신비전(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이미지/영상 분석 시스템)에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단일광자 포토다이오드는 광자(빛의 입자) 수준의 미약한 빛 신호를 감지하는 초고감도의 3차원(3D) 이미지센서로 높은 정밀도와 장거리 측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니며 자율주행차의 라이다 등에 탑재되는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DB하이텍은 이런 공정기술을 활용해 미국, 일본, 중국의 기존·잠재 고객사들과 제품 개발을 진행하며 연내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화합물반도체를 적용하는 차세대 전력반도체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가장 일반적 형태인 실리콘반도체가 단일원소인 규소(Si)고 구성된 반면 화합물반도체는 두 종류 이상의 원소로 구성된다.
DB하이텍이 중장기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질화갈륨(GaN)과 탄화규소(SiC) 반도체는 비교적 상용화 가능성이 높게 여겨지는 화합물반도체다. 이런 화합물반도체는 기존 실리콘반도체보다 고열, 고전압에 잘 견딜 수 있어 전기차 등에 탑재되는 전력반도체로서 쓰임새가 클 것으로 평가된다.
시장조사업체 욜디벨롭먼트에 따르면 질화갈륨(GaN) 전력반도체 소자 시장은 2021~2027년 연평균 59%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탄화규소(SIC) 전력반도체 시장은 2022년 1조1천억 원대에서 2030년 12조2800억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DB하이텍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질화갈륨과 탄화규소 전력반도체는 성장성이 높은 만큼 미래 먹거리로서 연구개발과 양산체제 구축을 위해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DB하이텍은 지난해 발표된 2023년 인사를 통해 조 사장과 황규철 대표이사 내정자 사장의 각자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했다. 기존 대표이사였던 최창식 부회장은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자리를 옮겼다. 이런 인사 변경안은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새로운 각자대표체제에서 조 사장은 파운드리사업부를 맡고 황 사장은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등을 설계하는 브랜드사업부를 맡는다.
조 사장은 1964년생으로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뒤 동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4년 동부종합기술원에 입사해 DB하이텍 설립 초기부터 참여한 반도체 사업 전문가로 지난해 영업·생산 총괄을 거쳐 대표이사에 올랐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