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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기택 KDB금융지주 회장 및 산업은행장 |
산업은행이 추진했던 KDB생명 매각이 유찰됐다. 인수가격을 놓고 유일하게 입찰에 참가한 DGB금융지주와 산업은행 사이에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산업은행은 매각작업을 유예하거나 KDB대우증권과 패키지 매각 등 다른 방안을 찾고 있다.
산업은행은 KDB생명 매각 본입찰이 유찰됐다고 14일 밝혔다. 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KDB생명 입찰가격이 예상가격에 미치지 못해 유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2010년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금호아시아나그룹 산하 금호생명을 인수한 뒤 KDB생명으로 이름을 바꿨다. 당시 산업은행은 칸서스자산운용과 함께 65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금호생명 인수에 썼다. 이 펀드에 국민연금, 코리안리, 금호석유화학, 아시아나항공 등이 투자했다.
KDB생명은 홍기택 KDB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이 지난 2월 정책금융과 무관한 계열사를 팔겠다고 밝히면서 1차 매각대상에 올라 입찰이 진행됐다. 산업은행은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와 KDB칸서스밸류유한회사가 보유한 KDB생명 지분 85%를 매각하려고 했다.
산업은행은 KDB생명 인수가격으로 기준가액 5200억 원에 경영권을 넘겨주는 이점까지 합쳐 6천억 원 이상을 희망했다.
그러나 단독으로 참여한 DGB금융지주는 입찰 참여 전부터 5천억 원 안팎을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DGB금융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생각하는 KDB생명 입찰가격을 맞추기 힘들 것”이라며 “자산운용사나 보험사 등 다른 매물을 지속적으로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투자업계 전문가들은 KDB생명의 경영상태가 좋지 않아 산업은행이 원하는 가격을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KDB생명은 시장점유율도 처음 산업은행에 인수됐던 2010년 3.1%에서 지난해 말 2.6%로 떨어졌다. 2012년 41억 원이었던 당기순이익도 지난해 4억 원까지 하락했다.
KDB생명은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지급여력비율도 167.7%에 불과하다. 지급여력비율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 때 내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100% 이상이면 정상으로 보나 안정적 영업기준은 200%로 알려졌다. KDB생명이 200%를 맞추려면 최소 3천억 원의 추가증자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인수자의 부담은 그만큼 늘어난다.
예비입찰 단계에서 KDB생명에 관심을 보였던 중국 푸싱그룹은 실사과정에서 인수를 포기했다. 푸싱그룹도 산업은행의 희망가격이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해 발을 뺐다고 업계는 관측한다.
산업은행은 칸서스자산운용 및 펀드 투자자들과 협의해 KDB생명 재매각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입찰가격이 투자금액보다 낮을 경우 2년 동안 매각을 유예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투자금 회수를 위해 인수의향자가 많은 KDB대우증권과 KDB생명을 패키지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KDB생명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었기 때문에 시장가격에 맞춰 매각할 가능성이 낮다”며 “흥행을 높이기 위해 KDB대우증권과 패키지 형식으로 매각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