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사들의 눈길이 대우조선해양으로 쏠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초특급 천연가스전 개발사업 ‘야말프로젝트’에서 5조 원대의 쇄빙LNG선 건조계약을 따냄에 따라 이 배 건조에 쓰일 후판물량 공급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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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 |
대우조선해양은 14일 야말프로젝트 쇄빙액화천연가스(LNG)선 건조에 쓰일 후판 물량 64만 톤을 국내 철강사들에 분산발주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공급사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로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과 함께 일본 신일철주금 등이 꼽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일본 철강사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는 일부 국내 철강사가 있지만 기술유출 때문에 쇄빙 특수강 관련 원천기술은 전수되지 못하고 있다”며 “국내 철강 3사 외에도 신일철주금이 시험용 강재를 제출해 대우조선해양이 네 곳의 강재를 모두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말프로젝트는 2018년까지 러시아 서시베리아 야말반도의 천연가스전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러시아 노바텍과 프랑스 토탈, 중국 CNPC 등이 컨소시엄 형태로 야말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서 대우조선해양은 세계 조선업 사상 최대규모인 쇄빙LNG선 건조계약을 따냈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할 선박은 모두 16척으로 모두 발주되면 금액이 5조 원을 넘는다. 현재 10척에 대한 계약이 완료됐으며 늦어도 9월까지 6척이 더 발주된다.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지난 4월 첫 수주가 결정되자 “야말 프로젝트에 투입될 나머지 15척의 추가수주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쇄빙LNG선 건조에 들어가는 후판은 한 척당 4만 톤 정도로 대우조선해양이 철강사들에 발주하게 될 후판 물량은 모두 64만 톤에 이른다. 또 쇄빙LNG선은 영하 52도의 극한지역에서 두께가 최대 2.1m에 이르는 얼음을 깨면서 조업해야 하기 때문에 선박건조에 두껍고 장력이 높은 후판이 사용된다.
국내 철강사들은 쇄빙LNG선 건조에 사용될 후판물량을 따내려고 애를 쓰고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빅3 철강사는 일제히 대우조선해양에 시험용 강재를 제출했고 현재 공급사 선정을 기다리고 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지난 4월 직접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방문해 고재호 사장과 만나 야말프로젝트 참여의사를 밝혔다.
한 때 일본과 중국 철강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급사 선정경쟁에 뛰어들면서 국내 철강사들이 공급사로 선정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일부 설비의 경우 국내 철강사가 보유한 기술력만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이 불황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국내 철강사와 관계를 고려해 분산발주 방침을 세우면서 국내 철강사들도 후판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분산발주를 통해 국내 철강사들의 어려움을 덜고 향후 이들 기업을 안정적 공급처로 탈바꿈하겠다는 대우조선해양의 복안인 셈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철강사 한 곳과 계약하게 되면 특혜의혹 등 자칫 뒷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면서 “시험용 강재를 테스트해 무리가 없는 철강사에 일감을 나눠주는 방안이 채택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철강사들은 후판을 공급하게 되면 수주실적을 쌓는 한편 기술력을 인정받아 극지 후판시장 선점에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야말프로젝트로 인해 북극항로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쇄빙기능을 갖춘 선박수요가 늘고 있어 극지 후판시장 전망은 밝은 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야말프로젝트는 국내 철강사들의 최대 현안”이라며 “극지용 후판 개발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전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야말프로젝트에 제품을 납품할 경우 그 시너지는 매우 클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야말프로젝트 참여로 수혜를 입은 건 철강업계뿐이 아니다. 대우조선해양에 선박용 엔진을 납품해 온 두산엔진 등 관련기업들의 수혜도 기대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야말프로젝트 수주로 인한 수혜는 대우조선해양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라면서 “조선, 철강 등을 비롯한 국가산업의 수혜로 직결되는 초대형 호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