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 넥슨(NXC) 회장이 시민단체로부터 배임과 횡령 등 혐의로 고발됐다.

검찰이 진경준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김 회장도 수사범위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는 11일 김 회장이 넥슨코리아를 넥슨재팬에 매각하면서 회사에 손실을 입히는 등 모두 2조8301억 원의 배임 및 횡령, 조세포탈 행위를 저질렀다며 김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김 회장이 2005년 기업가치 1조560억 원에 이르던 넥슨코리아를 넥슨재팬에 40억 원에 매각해 당시 지주회사이자 모회사였던 넥슨홀딩스에 그만큼의 손해를 입힌 배임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이 2006년 1주당 20만 원 이상으로 평가된 넥슨홀딩스의 비상장주식 107만 주를 종이회사(페이퍼컴퍼니)를 통해 1주 당 10만 원에 사들여 1270억 원을 횡령했고 NXC의 벨기에 법인에 넥슨재팬 주식을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NXC에 7990억 원의 손실을 안겼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넥슨이 지주회사 NXC를 제주도로 이전하며 제주특별자치도법에 따라 현재까지 3천억 원의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았지만 실질적으로 대부분 업무를 판교에 있는 넥슨코리아에서 관장하고 있다"며 형식적 이전을 통해 조세를 포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넥슨이 2005년부터 본사 넥슨을 일본 증시에 상장하고 현재 지주회사인 NXC를 정점으로 하는 지배구조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김 회장이 이런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2005년 당시 넥슨은 지주회사 넥슨홀딩스(현 NXC)와 사업회사 넥슨으로 물적분할했다. 그 뒤 사업회사 넥슨은 일본법인인 넥슨재팬으로 본사 지위를 이전해 넥슨재팬이 넥슨으로 이름을 바꿨다. 넥슨은 2011년 말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했고 넥슨 한국법인은 넥슨코리아로 이름을 변경했다.

이에 대해 넥슨 관계자는 “김 회장의 배임 및 횡령 혐의 등은 투기자본감시센터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회사는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면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새로운 고발장이 접수되면서 기존에 제기된 의혹에 더해 부담이 더욱 커졌다.

김 회장은 이번 고발과 별개로 진경준 검사장이 넥슨의 주식을 사고팔아 시세차익을 얻은 과정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최근 이금로 인천지검장을 특임검사로 지명해 진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검찰은 사건과 관련해 당시 넥슨 임직원 등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진 검사장은 2005년 당시 비상장기업이던 넥슨의 주식 4억여 원어치를 넥슨으로부터 돈을 빌려 매입했는데 이를 지난해 팔아 약 120억 원이 넘는 차익을 거뒀다. 검찰은 진 검사장이 이 과정에서 넥슨의 내부정보를 이용했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김 회장은 진 검사장과 친분이 두터운 사이로 알려져 있는데 진 검사장의 주식 매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2005년 진 검사장과 함께 넥슨 주식을 구입한 박성준 전 NXC 감사를 6월 중순에 출국금지 조치한데 이어 함께 주식을 사들인 김상헌 네이버 대표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김 회장과 넥슨은 이 의혹과 관련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헌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