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손보익 LX세미콘 대표이사 사장이 동맹 저변을 확장하며 새 먹거리를 확보해 나가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황이 나빠지며 실적이 꺾인 LX세미콘으로서는 협력사를 늘려 판매선과 제품군을 다변화하는 기회를 마련한다면 불황기를 극복하는 데 힘이 될 수 있다.
▲ 손보익 LX세미콘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협력사를 확장하며 새 먹거리를 확보해 나가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7일 디스플레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TV 등 IT제품 수요 둔화 흐름이 두드러지면서 LX세미콘의 주력 품목인 디스플레이구동칩 등 부품산업의 불황도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LX세미콘은 2022년 4분기 매출 4564억 원, 영업이익 126억 원을 냈는데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5.2%, 영업이익은 85.2% 감소한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 침체의 영향을 받아 실적이 후퇴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LX세미콘의 매출 가운데 TV용 디스플레이구동칩 비중이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손 사장으로서는 LX세미콘 사업구조의 안정성을 높이려면 판매선과 제품군을 넓혀야 할 필요성이 크다.
손 사장이 LX세미콘 주고객사인 LG디스플레이와 경쟁 관계인 삼성디스플레이와 손을 잡은 배경에는 사업구조 안정화의 목적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디스플레이업계에 따르면 최근 LX세미콘은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 스마트폰 패널용 디스플레이구동칩 개발을 위해 협력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LG그룹으로 분류되는 LX세미콘과 삼성디스플레이의 동맹은 이례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LX세미콘은 애초 LG그룹에 있다가 LX그룹이 계열분리할 때 소속을 바꿨다.
LX세미콘으로서는 삼성디스플레이와 동맹으로 판매선을 늘릴 뿐 아니라 중소형 디스플레이구동칩 비중을 확대하며 제품군을 다변화할 수도 있다.
LG디스플레이가 TV패널 비중이 높은 것과 달리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노트북 등 중소형 패널을 주로 다루고 있어서다.
손 사장은 LX세미콘의 차세대 기술 협력을 위한 동맹에도 힘을 기울이는 것으로 보인다.
LX세미콘은 LG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와 함께 마이크로올레드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마이크로올레드는 기존 올레드와 달리 유리기판 대신 실리콘 웨이퍼에 직접 색상 물질을 입힌 것으로 올레도스(OLEDoS·OLED on Silicon)라고도 불린다.
기존 올레드보다 해상도가 높고 패널을 더 작고 얇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확장현실(XR)기기 등에 적용하기 적합한 디스플레이 형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팹리스인 LX세미콘은 마이크로올레드에서 구동회로가 포함된 실리콘 반도체 기판을 설계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가 설계를 토대로 웨이퍼를 가공하면 LG디스플레이는 웨이퍼 위에 올레드를 증착하는 방식으로 협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로올레드에는 올레드와 비교해 더 까다로운 반도체 공정이 들어가는 만큼 기술개발뿐 아니라 제조공정에서도 동맹 구축이 효과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디스플레이 업황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방 IT 수요 회복을 이끌 경제 불확실성 해소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LX그룹 성장을 견인할 핵심 위치에 있는 LX세미콘이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중장기적으로 준비 중인 여러 신사업들의 구체화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