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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아들에게 경영권 넘기려는 이호진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4-07-13 17: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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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무살 아들에게 경영권 넘기려는 이호진  
▲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1962년생으로 올해 52세다. 그는 1400억 원대의 회삿돈 횡령과 배임혐의로 4년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그가 4년6월의 형기를 마쳐도 60세를 넘지 않는다. 2세 경영인으로 일선에서 한창 뛸 수 있는 나이다.

문제는 그의 건강상태다. 이 전 회장은 2011년 간암3기 판정을 받는 등 건강이 좋지 않다. 현재 병보석 허가를 받고 간이식 수술을 준비중이다. 수술받고 건강을 회복할 수도 있으나 장담할 수 없다.

◆ 이호진은 어떻게 태광그룹의 후계자가 되었나

이 전 회장은 이임용 태광그룹 창업주의 3남 3녀 가운데 셋째 아들이다. 이 전 회장은 2004년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았으나 2012년 회장에서 물러났다.

이 전 회장이 셋째 아들인데도 경영권을 승계한 것은 두 형이 일찍 작고했기 때문이다. 맏형인 이식진 전 부회장은 2004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둘째 형 이영진씨는 이보다 앞서 사고로 사망했다.

이 전 회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코넬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뉴욕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3년 흥국생명 이사로 경영에 참여해 태광산업 대표, 대한화섬 사장을 거쳤다. 큰 형이 작고한 뒤 2004년 그룹 총수 자리에 올랐다.

이 전 회장은 취임 후 적극적으로 사업 다각화를 시도했다. 

그가 회장에 올랐을 때 태광그룹의 현금동원력은 상당했다. 이임용 전 회장은 1996년 타계하기 전까지 46년 동안 무차입 경영 원칙을 지켜왔다.

이  전 회장은 풍부한 현금을 밑천삼아 과감하게 인수합병을 추진했다. 특히 뉴미디어와 정보기술(IT), 금융업에 진출해 섬유산업 위주에서 탈피했다.

그는 1997년 설립한 종합유선방송(MSO) 사업체인 티브로드를 지역케이블TV 20개를 거느린 회사로 키웠다. 또 금융으로 사업을 적극 확장해 흥국생명, 흥국화재, 흥국증권, 흥국자산운용, 고려저축은행, 예가람저축은행 등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보험에서 증권, 투신, 자산운용에 이르기까지 종합 금융서비스그룹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그는 석유화학 서비스 레저분야에도 진출하는 등 태광그룹의 외형을 키웠다.

이 전 회장은 8년간 그룹 회장으로 있는 동안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었다. ‘은둔의 경영자’ 혹은 ‘베일에 가린 경영자’ 등이 수식어로 따라다녔다. 여느 그룹 회장들처럼 언론 인터뷰에 나선 적도 없었다. 그 흔한 경제단체 같은 곳에도 얼굴을 전혀 내비치지 않았다.

이런 행보는 회사 안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최측근 외에 임직원을 직접 대면하지 않았다. 심지어 회장의 얼굴조차 모르는 직원이 많았다. 또 평소 수행비서를 따르게 하지 않고 캐주얼한 옷차림으로 혼자서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지곤 했다.

태광그룹은 창업 이후 이미지가 좋은 기업이었다. 내로라하는 큰 그룹에 미치지 못하지만 창업 이후 차입경영을 거의 하지 않아 막대한 현금보유력을 지닌 알짜기업으로 소문이 났다.

이 전 회장이 대외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11년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부터다. 태광그룹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가 많았던 만큼 수사과정에서 밝혀진 태광그룹의 민낯은 큰 파장을 몰고왔다.

수사가 진행될 당시 경제민주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거셌던 탓에 사법당국의 칼날도 여느 때보다 날카로웠다. 법원이 80대의 고령인 이 전 회장의 어머니 이선애 전 태광 상무에게까지 실형을 선고해 처음으로 모자를 동시구속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 서두르는 아들 이현준 경영권 승계 준비

이 전 회장이 건강이 좋지 않은 만큼 경영권 승계를 서두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 정황도 다방면으로 포착되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신선호 롯데 일본산사스 회장의 장녀 신유나씨와 중매결혼했다. 신선호 회장은 신격호 회장의 셋째 남동생이다. 이 전 회장의 처가가 롯데가문인 셈이다.

이 전 회장은 현준과 현나 1남1녀를 두었다. 장남이자 외아들인 이현준씨는 올해 20세다. 그룹을 물려받기에 젊은 나이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만큼 승계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공식적으로 그룹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심재학 부회장 체제를 거친 뒤 곧바로 현준씨에게 경영권을 넘겨 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 전 회장 자신도 비교적 젊은 나이에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이 전회장은 외아들 현준씨에게 태광그룹의 지분을 물려주는 작업을 일찌감치 시작했다. 현준씨는 계열사 지분률을 꾸준히 늘려왔다.

현준씨는 계열사 가운데 티알엠 167억 원, 티시스 162억 원, 티브로드홀딩스 238억 원, 한국도서보급 26억원 등 모두 593억 원어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태광그룹은 지난해 6월 계열사 가운데 티알엠, 티시스, 동림관광개발을 합병했다. 태광그룹은 “그룹 규모에 비해 너무 계열사가 많아 합병으로 정리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 이면에 현준씨의 승계를 대비해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뜻도 숨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티알엠은 부동산 관리업체이며 티시스는 시스템통합(SI) 회사다. 동림관광개발은 춘천에서 그룹 소유 골프장을 운영하는 업체다. 세 회사는 이 전 회장과 아들 현준씨가 지분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다.

티알엠과 티시스는 이 전 회장을 제외하고 태광산업의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법인주주다. 이 두 회사가 동림관광개발과 합병된 것은 그룹 내 최상위 지배구조에 있는 기업들이 뭉쳐졌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현준씨는 합병법인의 지분 44.62%를 보유하게 돼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더 키울 수 있게 됐다.

태광그룹은 주요 계열사의 실적이 부진한 데도 내부거래를 통해 총수 일가가 투자한 회사에 일감몰아주기를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됐던 곳은 티시스인데, 내부거래 규모가 워낙 컸다. 이 회사는 지난해 태광산업, 흥국생명, 티브로드홀딩스를 비롯한 계열사로부터 798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스무살 아들에게 경영권 넘기려는 이호진  
▲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 포스트 이호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없나

태광그룹 안팎의 정황으로 볼 때 후계자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 이호진 전 회장의 자녀는 1남 1녀다. 집안 분위기로 보아 아들이자 장남인 현준씨가 태광그룹의 경영권을 승계를 할 가능성이 크다.

변수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이 전 회장의 직계로만 보면 현준씨가 유력하지만 먼저 작고한 이 전 회장의 큰 형인 이식진 전 부회장과 둘째형인 이영진씨의 자식들과 경영권 다툼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선대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이임용 창업주가 작고한 뒤 이호진 전 회장의 외삼촌인 이기화 전 회장이 그룹 경영을 맡았다. 이기화 전 회장은 이 전 회장의 어머니 이선애 전 상무의 두 남동생 가운데 둘째이며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의 동생이다.

이기화 전 회장은 부산고와 서울대 화공과를 나온 뒤 창업 초기부터 회사경영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 그는 2004년 이식진 전 부회장이 세상을 떠나자 경영권과 지분을 놓고 오너 일가와 대립했다. 이호진 전 회장이 경영권을 차지한 뒤에도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워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물론 지금은 현준씨의 지분률이 워낙 높아 사촌끼리 경영권 다툼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 전 회장은 2012년 검찰에서 비자금 수사를 받으면서 차명주식의 존재가 드러나는 바람에 다시 상속분쟁을 겪어야 했다.

이 전 회장의 누나 이재훈씨는 차명으로 숨겨놓은 선대재산 상속분을 달라며 70억 원대의 주식인도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또 이 전 회장의 이복 형 이유진씨도 마찬가지로 소송을 냈다. 이유진씨의 경우 친자확인 소송 끝에 상속회복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2005년 135억 원의 재산을 상속받았다.

두 사람은 태광그룹에 대한 세무조사와 검찰의 수사로 차명주식 등 상속에서 제외됐던 재산이 드러나자 이 부분에 대해서도 상속분을 다시 나눠야 한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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