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끼리가 온실가스 배출을 막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아프리카 케냐에서 무화과 나뭇잎을 먹는 코끼리의 모습. <사이언스> |
[비즈니스포스트] 맛있는 이파리와 달콤한 과일을 좋아하는 코끼리의 식성이 지구 온난화를 방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거대 초식동물을 멸종 위기로부터 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블룸버그는 25일(현지시각)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코끼리의 식성과 온실효과 사이 관계를 밝힌 연구 결과가 실렸다고 보도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대학 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연구진은 비공개 데이터와 공공자료를 조합해 800여 종의 식물에 관한 코끼리 먹이 선호도 데이터 20여 만 개를 분석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콩고 공화국의 누아발레-응도키 국립공원에서 코끼리의 식습성 자료를 수집했고, 숲에 관한 정보는 콩고 민주공화국 내에 있는 살롱가 국립공원에서 얻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시아와 아프리카 코끼리는 잎이 무성한 작은 크기의 나무에 달린 이파리를 먹는 걸 즐겼다. 코끼리가 잘 먹는 잎과 과일을 단 나무들은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
이러한 코끼리의 식성 덕분에 큰 나무들이 자랄 공간이 생겼다. 큰 나무들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흡수하고 저장한다. 이런 원리로 코끼리가 사는 숲은 코끼리가 없는 숲보다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붙들어 둔다.
반대로 코끼리가 사라진 가상 시나리오에서는 숲의 탄소 포집 능력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끼리가 없는 숲은 최소 5.8%에서 최대 9.2%까지 탄소 저장량이 감소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작고 잎이 무성한 나무들이 번성하는 반면에 큰 나무들은 성장할 공간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코끼리는 이산화탄소 포집뿐 아니라 생물 다양성에도 기여하고 있다. 식물의 씨앗을 배설물로 퍼트리는 방법을 통해서다.
열대우림 코끼리는 하루에 매우 먼 거리를 이동하며 100에서 200kg의 먹이를 먹어치운다. 이 먹이에는 350여 종의 식물이 포함된다. 그 결과로 코끼리는 그 어느 동물보다 다양한 작물의 씨앗을 이곳저곳으로 옮겨 심는다.
그러나 다양한 생물종을 연구하는 국제기구인 세계자연보전총회(IUCN)는 아프리카 열대우림 코끼리를 심각한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한 상태다. 아프리카 사바나 코끼리는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돼 있다.
세계자연보전총회에 따르면, 80%에 달하는 아프리카 열대우림 코끼리가 한 세기 안에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다. 사람이 사는 공간을 넓히면서 아프리카 코끼리 서식지가 줄어들어 코끼리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근호 기자
▲ 코끼리는 과일 열매를 먹고 그 씨앗을 배설해 다양한 식물종을 퍼트리는 데 도움을 준다. 사진은 태국 북부 치앙라이 농장에서 코끼리 메나가 과일을 먹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