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TSMC가 생산하는 3나노 반도체 파운드리 물량을 당분간 애플에서 독점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TSMC 반도체 생산공장. |
[비즈니스포스트] TSMC가 2022년 말 양산을 시작한 3나노 반도체 파운드리 초기 공정(N3)을 핵심 고객사인 애플에서 사실상 독점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애플 이외 고객사의 반도체 위탁생산은 TSMC가 향후 도입하는 3나노 2세대(N3E) 공정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돼 삼성전자가 3나노 고객사 기반을 선점할 기회도 열리고 있다.
18일 반도체 전문매체 어낸드테크에 따르면 현재 TSMC의 3나노 반도체 생산 능력은 제한적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TSMC는 지난해 말 3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성공적으로 도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 3분기 이전까지는 3나노 반도체 위탁생산 실적이 매출에 거의 반영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어낸드테크는 “업계 전문가들은 TSMC의 3나노 초기 공정을 애플에서 사실상 또는 완전히 독점적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이 3나노 파운드리 공정의 높은 단가에도 경쟁사보다 먼저 해당 기술을 반도체에 활용하기 위해 TSMC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다는 의미다.
TSMC의 반도체 생산 능력을 고려한다면 3나노 초기 공정은 애플 아이폰용 프로세서 등 상당한 수준의 물량이 필요한 분야에 활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어낸드테크는 애플이 데이터서버 등에 활용되는 고성능 컴퓨터용 반도체에 TSMC의 3나노 공정을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결국 파운드리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
TSMC가 본격적으로 3나노 파운드리 공정의 고객사 기반 확대를 추진하는 시기는 3나노 2세대 기술에 해당하는 N3E 공정을 도입한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3나노 2세대 공정은 TSMC가 올해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둔 기술이다. 반도체 생산 투자도 3나노 초기 공정보다 2세대 공정에 더 비중을 두고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어낸드테크는 TSMC의 파운드리 고객사들도 대부분 3나노 2세대 공정 도입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기술이 초기 공정보다 성능과 전력효율 등 측면에서 우위를 보이기 때문이다.
TSMC의 발표자료 등을 종합하면 3나노 초기 공정은 기존 주력 공정이던 5나노 미세공정 대비 반도체 연산 능력을 10~15%, 전력효율은 25~30% 개선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3나노 2세대 공정은 연산 능력이 5나노 대비 이론상 18%, 전력효율은 34%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은행 차이나르네상스는 어낸드테크를 통해 "인텔과 AMD, 퀄컴과 미디어텍, 브로드컴 등 여러 시스템반도체 전문기업이 TSMC의 3나노 2세대 공정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TSMC가 올해 3나노 및 5나노 미세공정 생산라인에 들이는 투자 규모는 약 220억 달러로 연간 전체 시설투자 금액에서 70% 안팎의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차이나르네상스는 이 가운데 대부분이 3나노 2세대 공정 생산라인 구축에 사용될 것이라고 예측하며 TSMC가 해당 공정을 장기간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낸드테크의 예상대로라면 TSMC가 파운드리 최대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고객사 수주 경쟁을 본격적으로 벌이는 시기도 올해 하반기 또는 그 이후로 늦춰질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는 TSMC보다 반 년 정도 앞선 2022년 6월부터 3나노 반도체 양산을 시작했고 꾸준한 생산 투자를 벌이면서 고객사 기반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TSMC가 애플 이외 고객사 반도체를 생산하는 시기가 올해 하반기로 예상보다 늦어진다면 삼성전자가 시장 선점효과를 앞세워 고객사 기반을 넓히기도 유리해진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콘퍼런스콜을 통해 2024년부터 3나노 2세대 공정 반도체를 양산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표면적으로 보면 TSMC와 비교해 목표 시기가 다소 늦은 셈이다.
다만 반도체 파운드리기업 사이 공정 기술을 정의하는 데 차이가 있는 만큼 TSMC가 반드시 삼성전자를 앞서나갈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더구나 TSMC가 3나노 공정을 N3과 N3E 이외에 N3P, N3S, N3X 등 여러 세대로 나누어 도입하기로 한 점도 2세대 공정의 실제 성능이 초기 공정과 큰 차이가 없을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결국 삼성전자가 3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양산을 TSMC보다 먼저 시작한 성과를 앞세워 TSMC가 3나노 2세대 양산을 본격화하기 전까지 고객사 수주에 앞서나갈 여지가 충분한 셈이다.
웨이저자 TSMC CEO는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3나노 공정 반도체에 고객사 위탁생산 수요가 공급 능력을 웃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TSMC는 3나노 초기 공정과 2세대 공정이 올해 전체 매출에 기여하는 비중은 4~6%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생산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