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지구적 과제인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기후위기를 극복하려면 수소사회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수소사회로 가는 길은 까마득해 보인다.
그런데 암모니아가 수소사회를 앞당기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 암모니아 사업을 하는 회사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왜 암모니아일까? 여기에 대한 답을 얻기 전에 왜 수소사회로 가는 길이 험한 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단 수소를 만드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탄소배출 없이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로 만들려면 아직 돈이 많이 든다. 그린수소 생산의 경제성 확보까지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런데도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연구개발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경제성 문제도 생각보다 일찍 해결될 수 있다.
사실 더 큰 문제는 수소 생산 부문보다 저장과 운반 부문인지도 모른다. 이게 진짜 난제일 수 있다.
수소는 상온에서 기체 상태인데 무게 대비 에너지 효율은 좋지만 부피 대비 에너지 효율은 매우 낮다. 부피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소를 높은 압력으로 압축하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수소를 고압으로 압축하면 폭발 위험이 있기 때문에 수소 저장 용기는 고압력에 견딜 수 있는 특수 용기여야 한다. 탄소섬유 같은 특수 소재가 필요한 까닭이다.
하지만 탄소섬유로 만든 수소탱크는 일단 비싸다. 그리고 아무리 고압으로 압축한다 해도 대용량으로 운반하는 데는 여전히 부피가 크다.
이 때문에 수소를 액화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기체보다 액체가 부피가 작은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런데 여기에 또 문제가 있다. 상온에서 기체인 수소는 섭씨 영하 253도 이하에서는 액체 상태가 된다. 이는 천연가스가 액화하는 기준점인 영하 162도보다 훨씬 낮은 온도다.
극저온 상태를 유지하는 데에도 에너지가 들어가는 만큼 액화수소 저장, 운반은 그만큼 비용과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바로 그래서 암모니아가 수소경제를 앞당기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암모니아(NH3)는 질소 원자 1개와 수소 원자 3개로 결합한 구조다.
액화 암모니아는 액화 수소보다 수소 저장 밀도가 더 높아서 동일한 부피의 액화 수소보다 1.5배 더 많은 수소를 저장할 수 있다.
주목할 부분은 암모니아의 액화 기준점은 영하 33도라는 점이다. 수소뿐 아니라 천연가스보다도 훨씬 낮다.
일반 가정용 냉장고의 냉동고 온도가 영하 23도 정도까지 내려가는데 이와도 별 차이가 없다.
암모니아는 비료를 만드는 데 주로 쓰이는 물질로 이미 활용 역사가 긴 편이다. 20세기 초 하버-보슈법이라는 공법으로 암모니아를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고 이후 생산, 저장, 운반 인프라가 1세기 넘는 기간에 걸쳐 구축됐다.
이미 구축된 인프라를 확장하기만 하면 된다는 점도 유리한 점이다.
물론 암모니아가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미용실에서 나는 파마약의 고약한 냄새는 암모니아 성분 때문이다. 악취가 날 뿐만 아니라 유독성이기도 하다.
다만 암모니아는 100년 이상 써왔던 물질인 만큼 안전에 관한 대비책도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일산화탄소처럼 무색무취해 경고 신호도 없이 목숨을 앗아가는 물질보다는 훨씬 안전한 측면도 있다.
수소를 질소와 결합해 암모니아를 만들고 또다시 수소를 재추출해 사용해야 하므로 비효율적이란 지적도 있다. 다만 그런 비용을 다 합쳐도 저장, 운송 비용상에서 암모니아의 유리한 점을 고려하면 훨씬 경제적이라고 분석된다.
또 암모니아를 굳이 수소로 전환하지 않고 암모니아 그 자체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도 연구되고 있다.
그러면 암모니아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국내기업은 어떤 곳들이 있을까? 국내에는 암모니아 생산 기술을 확보한 곳은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암모니아 유통을 했던 기업들이 향후 암모니아 수요 확대에 따라 수혜를 볼 수 있다. 이들은 그 나름대로 암모니아와 관련한 사업을 키워나갈 계획도 세우고 있다.
롯데정밀화학은 국내 암모니아 유통의 70%를 차지하는 곳이다. 암모니아와 관련한 인프라를 갖추고 취급 노하우도 가장 많이 축적했다는 뜻이다.
앞서 롯데정밀화학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청정 암모니아를 수입한다는 계약을 맺었는데 이는 세계 최초의 수소 제조용 청정 암모니아 수입 계약이기도 하다.
롯데정밀화학은 암모니아로 수소를 생산하는 설비를 지을 수 있도록 허가도 받아놨다.
롯데정밀화학 외에 남해화학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원래 남해화학은 국내 비료 시장 점유율 1위인 곳으로 사업 특성상 꾸준히 돈을 벌긴 하지만 성장성은 제한되는 측면도 있다.
암모니아 기반 수소사업과 같은 신사업 기회는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대단히 요긴할 수 있다.
남해화학은 국내 암모니아 유통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곳이기도 하다.
남해화학 역시 암모니아 기반 수소 생산, 활용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물산, LG화학, 두산에너빌리티와 암모니아 기반 수소 생산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이보다 앞서 지난해에는 암모니아 수요 확대에 대비해 저장시설도 확충했다.
신용평가회사 나이스디앤비는 남해화학의 암모니아 기반 청정수소 사업 등의 신사업이 상용화된다면 기존 사업 외 추가적 수익 창출과 외형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롯데정밀화학과 남해화학이 암모니아를 유통하는 곳이라면 TKG휴켐스는 암모니아를 원료로 여러 산업 소재를 만드는 곳이다. 국내 암모니아 수입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국내 최대 암모니아 사용 기업으로 꼽힌다.
암모니아로 질산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DNT, MNB, 초안 등을 제조한다. 이런 제품들은 폴리우레탄, 반도체 세정제, 폭약 등의 제조에 쓰인다.
국내 질산 시장에서 TKG휴켐스의 점유율은 90%가량으로 파악되는데 그만큼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뜻이기도 하다.
TKG휴켐스는 지난해부터 암모니아를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기도 하다.
이 기술이 도입되면 정제나 분리 공정 없이 초고순도의 수소 생산이 가능하다. 또 수전해 방식의 수소 생산보다 전력소모량이 적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TKG휴켐스는 이밖에 가축 분뇨와 생활 폐수에서 발생하는 폐암모니아를 친환경적으로 분해해 고순도 수소를 얻는 기술개발 등으로도 수소사업을 강화해 나가는 방안도 추진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