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가 MS의 새로운 핵심비전으로 ‘생산성’과 ‘플랫폼’을 제시했다. 일상생활과 업무에서 편의를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모든 운영체제에서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
|
|
▲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 |
전임자인 스티브 발머는 ‘디바이스와 서비스’를 내세우며 MS가 만든 기기와 폐쇄적 운영 프로그램을 추구했다. 그런데 나델라는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나델라는 10일 MS 전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MS는 1990년대 PC시장 최강자였으나 현재 IT 주류는 PC에서 모바일로 이동중”이라며 “모바일과 클라우드시대에 MS는 생산성과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 회사의 핵심비전”이라고 밝혔다.
나델라의 이런 발언은 MS를 전임자인 ‘발머 체제’에서 ‘나델라의 체제’로 완전히 탈바꿈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또 나델라가 취임 이후 밝힌 ‘모바일 우선, 클라우드 우선’을 구현할 구체적 전략을 밝힌 것이기도 하다.
나델라가 말한 생산성은 개인과 기업의 작업 효율성을 높이는 소프트웨어를 가리킨다. 미국 IT전문매체 지디넷은 생산성을 오피스용 소프트웨어 외에 데이터 분석 등 각종 프로그램이 포함된다고 해석했다.
나델라는 메일에서 “음성기반 서비스 코타나와 같은 기술을 활용해 업무와 생활을 효율적으로 바꾸고 클라우드 컴퓨팅시장의 입지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코타나는 MS가 선보인 음성기반 개인비서 서비스다. 지난 달 5일 선보이자마자 애플의 음성기반 서비스 ‘시리’의 대항마로 손꼽히고 있다.
나델라는 플랫폼을 언급하면서 이전의 전략과 달리 여러 운영체제에 개방적으로 MS의 소프트웨어를 공급할 의사를 밝혔다. 플랫폼은 윈도는 물론 다른 운영체제에서도 이용 가능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뜻이다.
나델라는 지난 3월 아이패드용 MS오피스를 내놨다. 안드로이드용 MS오피스도 MS의 현재 운영체제인 ‘윈도8’용보다 먼저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지난 4월 모바일기기에 한해 윈도 운영체제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전임 CEO인 발머는 MS의 핵심비전을 ‘디바이스’와 ‘서비스’라고 정의했다. MS가 애플처럼 직접 기기를 만들고 윈도에서만 돌아가는 프로그램을 독점 서비스로 제공하는 사업전략이었다. 그는 이를 위해 노키아 휴대폰사업부를 인수하고 모바일 윈도를 이용한 기업들에게 라이선스료를 받기도 했다.
나델라의 생산성과 플랫폼 선언은 발머와 전혀 다른 방향이다. 나델라는 “디바이스와 서비스는 회사가 변화를 시작할 때 유용하나 지금은 차별화된 전략을 갈고 다듬을 때”라고 말했다.
나델라는 MS 조직이 더 가볍게 바뀌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를 놓고 “나델라 CEO가 감원과 조직개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다만 나델라는 그동안 분사가 논의되던 비디오게임 게임기 및 소프트웨어 엑스박스사업부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MS는 2002년 비디오게임기기 ‘엑스박스’를 내놓으면서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연간 20억 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다.
나델라는 “엑스박스사업이 모바일 사업부문에서 전략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며 “모바일게임 시장의 관점으로 볼 때 엑스박스사업은 앞으로 큰 발전이 기대되는 분야”라고 말했다. 그러나 나델라는 “엑스박스 플랫폼 구축을 계속하겠다”고 밝혀 엑스박스사업도 그가 주창한 ‘플랫폼’으로 변화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