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팀이 약물 상호작용을 기존보다 정확하게 예측하는 수식을 개발해 학술지에 발표했다. (왼쪽부터)송윤민 카이스트 박사과정생, 김상겸 충남대 교수, 김재경 IBS CI, 채정우 충남대 교수, 쿠옌 티 트란 충남대 박사과정생, 응옥 안 티 부 충남대 박사과정생. <기초과학연구원> |
[비즈니스포스트] 기초과학연구원(IBS)이 여러 약물을 함께 복용했을 때 치료효과나 부작용을 기존보다 더욱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수식을 개발했다.
5일 기초과학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사용을 권장하는 약물 상호작용(DDI) 예측 수식이 부정확했던 원인을 규명하고 정확도를 2배 이상 높인 새로운 수식을 제시했다.
연구는 김재경 카이스트 교수 연구팀과 채정우‧김상겸 충남대약대 교수팀이 공동으로 수행했다.
체내에 흡수된 약물은 간을 비롯한 여러 장기에 의해 대사돼 사라진다. 약을 2가지 이상 함께 복용하면 약 하나가 다른 약의 대사를 변화시켜 체외 배설을 촉진하거나 억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목표로 한 치료효과를 내지 못하거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생긴다. 이를 약물 상호작용이라고 한다.
의약품을 처방하거나 신약개발을 할 때는 약물 상호작용에 따라 약물의 제거되는 속도를 정확하게 예측해야 한다. FDA는 약물 상호작용을 평가하고 여러 약물을 복용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지침서를 1997년 처음 발행했다. 이 지침서에는 신약 후보물질과 기존에 개발된 약물의 상호작용을 간접적으로 예측해 평가하기 위한 수식이 담겼다.
다만 이 수식은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식은 약물 대사에 관여하는 체내 효소의 농도가 낮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연구결과에 따르면 실제 효소 농도는 수식에 사용되는 값보다 1천 배 이상 높았다.
IBS 연구진은 FDA 수식이 부정확한 원인을 찾았을 뿐 아니라 약물 상호작용을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수식을 개발했다. 효소의 농도에 상관없이 정확하게 약물의 대사 속도를 예측할 수 있는 수식을 유도했다.
새 수식을 이용해 약물 상호작용을 예측하고 실제 실험으로 측정된 값과 비교한 결과 인위적인 보정 없이도 예측 정확도가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FDA 수식은 약물 상호작용을 오차범위 2배 안에서 예측한 비율이 38%에 그쳤으나 새 수식은 80%를 기록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해 12월15일 임상약리학 분야 학술지 '임상약리학 및 약물치료학' 온라인 판에 실렸다.
김상겸 교수는 "약물 상호작용 예측 정확도의 개선은 신약개발의 성공률과 임상에서의 약물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며 "임상약리학 분야 최고의 저널에 논문을 발표한 만큼 이번 연구결과에 따라 FDA 지침서가 수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IBS CI(Chief Investigator)로 일하는 김재경 교수는 "수학과 약학의 협력 연구 덕분에 당연히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수식을 수정하고 인류의 건강한 삶을 위한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며 "미국 FDA 가이던스에 ‘K-수식’이 들어가길 꿈꿔본다"고 말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