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환경부와 제주도에 "비자림로는 멸종위기종이자 법정보호종인 애기뿔소똥구리가 매우 높은 밀도로 채집된 최적의 서식지이므로 공사가 지속되면 서식장소가 파괴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이대로는 안 된다"며 "비자림로 공사를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서식지 파괴에 대한 강력한 우려를 표시했다.
2022년 12월6일. 제주도를 상대로 도로구역 결정 무효 확인 소송을 낸 민간단체의 증인으로 출석해 법정에서 증언을 했다. 비자림로의 생태적 중요성 및 기존 소규모환경영향평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제주도의 멸종위기종 이주 및 보전에 관한 근거 없는 대책과 서식지 환경압력에 대한 저감 방법이 실효성 없음을 증언했다.
불도저, 포크레인과 기계톱 앞에서 살려 달라 울부짖는 애기뿔소똥구리를 모른 체 할 수 없었다. 말 못 하는 멸종위기 곤충의 대리인으로 애기뿔소똥구리 생존을 위한 변호였다.
2019년 6월 기자회견에서 그깟 소똥구리 때문에 웬 난리냐며 '멸종위기종이라고 대접받는 애기뿔소똥구리는 어디에 쓰이는가?'라고 질문한 분이 계셨다.
멸종위기종이나 생물다양성에 대한 상당히 부정적인 질문이지만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내용인지라 환경적인 가치뿐 아니라 경제적 혜택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
▲ 이집트 미라와 소똥구리.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멸종위기 생물 전반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일천하지만 멸종위기 곤충에 대한 인식은 매우 부정적이다.
곤충이라 하면 일단 지저분하고 해괴망측한 모습에 온갖 악취를 풍길 것 같은 불쾌함까지 극단적으로 기분 나쁜 동물이라 생각하므로 대부분 사람은 곤충과 되도록 멀리하려고 애를 쓴다.
그냥 생각만 해도 불쾌한 벌레인데 그중에서도 똥을 먹는 곤충을 이야기하면 '욱' 토할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똥'은 동물이 먹이를 먹으면서 에너지와 성장에 필요한 모든 부분을 다 이용하고 몸 밖으로 내보낸 배설물을 일컫는다.
쓸모없는 더러운 똥이라 어떤 동물들도 거들떠보지 않겠지만 소똥구리에게는 맛있고 필요한 음식이다. 모두가 버리는 똥을 먹는 별나고 특이한 식성을 분식성(糞食性)이라 하는데 분식성 곤충의 대표 격인 소똥구리 정체는 무엇이고 어디에 쓰일까?
인간과 얽힌 소똥구리의 역사는 5천 년 전 고대 이집트부터 시작된다.
나일강 문명을 일으킨 고대 이집트인들은 똥을 동그랗게 말아 굴리는 소똥구리를 보고 태양을 주관하는 '태양의 신'으로 추앙했고 땅을 파고 만든 경단 안에서 소똥구리가 나오는 걸 보고 '생명의 부활'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새로운 생명의 환생을 기대하며 미라에 수많은 소똥구리를 조각하며 함께 묻었다. 이집트인의 삶과 죽음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신격화된 벌레인 셈이다.
1800년대 말 출간된 곤충학 교과서 '파브르 곤충기'의 첫 번째 주인공이 소똥구리다. 생활사 전체를 온통 똥과 함께하는 신비한 곤충으로 생리, 생태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그만큼 파브르가 열심히 집중적으로 관찰했던 곤충이라는 뜻이다.
최근까지도 관심이 이어져 5년 전 환경부가 '소똥구리 5천만 원어치 삽니다'라는 현상금을 걸면서 뒷발로 소똥을 공처럼 말아 굴리는 소똥구리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 둥지에서 알을 보호하는 애기뿔소똥구리.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똥구리는 말 그대로 소똥을 굴리는 딱정벌레로 소똥을 먹고, 소똥을 동그랗게 말아 멀리 이동한 후 땅을 파고 들어가 지하 둥지에 5~6개의 경단을 보관한다.
번식 방법도 독특하다.
경단 안에 알을 낳고 알이 부화해 어른 소똥구리가 되어 경단에서 탈출할 때까지 부모가 새끼를 키우는 반사회성 곤충(Semi-social Insect)의 특별한 생태를 지니고 있다.
천적에 대응할만한 무기가 없어 그들이 먹은 소똥에서 영양분을 뽑아내고 배설한 자신의 똥으로 방어물질로 사용하여 숨기만 한다.
생리적으로도 큰 차이가 있다. 주위 온도와 자신의 체온을 맞추는 변온성인 다른 곤충과 달리 어느 정도 외부 기온과 관계없이 자신의 체온을 조절할 수 있는 온혈성을 유지한다.
무거운 경단을 만들거나 먼 거리로 굴릴 때 그리고 신선한 똥을 찾아 항상 이동해야 하는 소똥구리는 필요할 때마다 체온을 빠르게 올려 가동할 수 있는 에너지를 준비해야 한다. 속도가 중요한 소똥구리에게는 반드시 갖춰야 할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생리, 생태적으로 많은 곤충과 극명하게 다른 독특한 생활사를 가진 소똥구리들은 그래서 어려움이 더 많다. 갯가에 매어놓거나 산에 풀어 놓고 키우던 소를 효율성 높게 살찌우겠다고 공장식 축산을 하니 적당한 서식지가 없어졌다.
비좁은 축사에 모두 집어넣고 풀 대신 고기를 주고 옥수수 사료를 먹이니 그 소가 싼 똥을 소똥구리가 먹을 수가 있겠는가? 살 데가 없어지고, 먹을 것이 없는데 어찌 멸종하지 않을 수 있나?
▲ 경단 굴리는 왕소똥구리.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똥구리들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은 했지만 늘 똥을 만져야 하는 부담감과 먼지투성이의 축사와 방목지를 관리해야 하는 고강도의 노동 때문인지 누구도 소똥구리 증식에 나서지 않았다.
미래의 멸종을 막기 위해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지금 당장 멸종위기종의 생명을 지켜야만 하는데. 서식지를 조성하고 평생 먹거리인 소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방목지를 만들고 소를 방목하는 수밖에 없었다.
20년 전 소를 방목해 키우겠다고 하자 동네 어른들은 2마리 키우나 200마리 키우나 고생은 똑같다며 한사코 말리셨다. 벌레 때문에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며 핀잔도 하시고.
하지만 소똥구리 키우겠다고 신선한 소똥을 구하려 이곳저곳의 방목지를 헤매며 애 태우던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어떠한 충고도 들리지 않았다. 애기뿔소똥구리 명줄과 내 건강을 바꾸었다.
사라져가는 소똥구리를 살려내기 위해서 뚜벅뚜벅 걸어왔지만 끝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멸종위기종 삶과 얽혀있는 내 인생이 고달파 마음만 무겁지!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장
▲ 방목지의 소와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장.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은 1997년 국내 최초로 홀로세생태학교를 개교해 환경교육을 펼치고 있다. 2005년부터는 서식지외보전기관인 (사)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를 통해 애기뿔소똥구리, 물장군, 붉은점모시나비, 등 멸종위기종 증식과 복원을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2012년부터 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 회장이며 유튜브 채널 Hib(힙)의 크리에이터.
비자림로 공사 건에 그렇게 중요한 사안이 달려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외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위에서 언급되었듯이 '애기뿔소똥구리가 어디에 쓰이는가?' 하는 질문은 곰곰히 생각해 보면 '그게 무슨 이익을 가져다주나?'를 내포하고 있는데, 이런 표면적인 효율성만 고려하다가 큰 그림을 놓치는 경우가 역사적으로도 많았죠.
그런 사람들은 이 일이 야기할 나비효과를 고려하지 않고, 이야기를 해 줘도 들으려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습니다. 생태계에 큰 구 (2023-02-04 23:4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