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쿠팡은 올해 '흑자를 낼 수 있는 기업'이라는 점을 스스로 증명했다.

하지만 이런 기조를 내년에도 그대로 이어갈지를 놓고는 전망이 갈린다.
 
[오늘Who] 쿠팡 흑자 내년에도 계속될까, 김범석 전략 선택에 달려

김범석 쿠팡Inc(쿠팡 모회사)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 앞에는 수익성 개선과 성장성 확보라는 2가지 길이 놓여 있다. 내년에 흑자를 포기하는 대신 새 성장동력에 더 투자하는 선택을 할 가능성도 열려 있는 셈이다.


김범석 쿠팡Inc(쿠팡 모회사)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쿠팡의 잠재적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성장성에 초점을 둔 전략을 선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28일 해외 증권사와 투자은행의 의견을 종합하면 쿠팡이 내년에 흑자를 낼지, 적자를 볼지를 놓고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아후파이낸스가 종합한 자료에 따르면 28일 현재 모두 7명의 해외 애널리스트가 쿠팡의 내년 주당순이익(EPS)을 전망하고 있다.

주당순이익은 기업이 벌어들인 순이익을 그 기업이 발행한 총 주식수로 나눈 값을 말한다. 통상 주당순이익이 양수면 순이익 기준 흑자를 낸 것으로, 음수면 적자를 본 것으로 본다.

쿠팡을 가장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애널리스트는 쿠팡의 내년 주당순이익이 0.37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장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애널리스트는 쿠팡이 오히려 내년에 주당순이익 -0.13달러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평균값은 주당순이익 0.16달러다. 흑자를 낼 것으로 보는 쪽으로 의견이 쏠린다는 뜻이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의구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국내 증권사 자료를 봐도 쿠팡이 내년에 흑자를 낼 것으로 확신하기는 힘들다.

하나증권은 11월 내놓은 쿠팡 분석리포트에서 쿠팡이 내년에 매출 247억 달러, 영업손실 400만 달러, 순손실 4500만 달러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쿠팡의 본업만 보면 흑자 기조가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 국내외 투자기관들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매출에서 얼마만큼의 이익을 얻는지 보여주는 재무지표인 매출총이익률을 살펴보면 쿠팡은 이를 꾸준히 개선한 것으로 나타난다. 

쿠팡의 매출총이익률은 지난해 평균 15% 안팎에 머물렀지만 올해 1분기에 20.4%로 급증한 데 이어 2분기 22.9%, 3분기 24.2% 등으로 큰 폭으로 개선됐다.

쿠팡이 그동안 수조 원을 투자한 물류 인프라가 규모의 경제 효과를 서서히 나타내기 시작하면서 효율성이 덩달아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앞으로 이런 추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자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시각이 존재하는 까닭은 바로 김범석 의장의 경영 기조 때문이다.

김 의장은 그동안 쿠팡이 수조 원대의 적자를 낼 때마다 항상 '계획된 적자'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눈앞에 보이는 수익성을 챙기기 위해 성장을 잠시 제한하는 선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김 의장의 일관된 입장이다.

이런 기조를 고려하면 김 의장의 내년 행보는 쿠팡의 성장동력을 더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

특히 쿠팡을 둘러싼 분위기를 보면 새 먹거리 확보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세가 점차 둔화하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률은 2017년만 하더라도 22%대였지만 2021년 15%대까지 줄었다. 2023년에는 8%대 성장에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쿠팡이 이커머스 시장의 고성장에 힘입어 덩달아 몸집을 불린 대표적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에만 머물러서는 더 이상 높은 성장성을 담보하기는 힘들다.

이미 김 의장이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흑자를 낼 수 있는 기업'이라는 점을 증명한 만큼 다시금 성장성 확보로 시선을 돌려 대규모 투자를 이어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투자자들은 쿠팡의 해외사업이 그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쿠팡은 10월부터 대만에서 로켓배송 사업을 시작했다. 그동안 퀵커머스사업으로 진출하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었는데 한국에서와 같은 방식으로 대만에서도 성공 공식을 만들어보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이와 관련해 대규모 풀필먼트센터도 짓고 있다. 현재는 1곳에만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지만 한국에서와 같은 방식이라면 앞으로 대만에도 수천억 원을 들여 물류센터를 추가할 공산이 크다.

일본 사업도 잰걸음 중이다. 애초 퀵커머스만으로 진입이 힘들지 않겠냐는 의구심 섞인 시선이 많았지만 쿠팡은 '10분 내 배송'이라는 경쟁력을 앞세워 일본 도쿄에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커머스 이외의 사업에도 더 투자할 가능성이 있다.

쿠팡은 고객들의 락인(묶어두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쿠팡플레이(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쿠팡이츠(배달)와 같은 플랫폼에도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아직 이들은 업계 선두 주자들과 비교해 여러 측면에서 뒤처진 게 사실이지만 커머스에서 내는 흑자가 이들의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는 데 사용될 수도 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