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명예교수는 1927년 황해도 황주에서 태어나 경성 중학교를 졸업하고 1945년 서울대학교 상대 전신인 경성경제전문학교에 입학했다. 서울대를 졸업한 뒤 28세인 1955년부터 모교 강단에 서기 시작해 1992년까지 후학을 양성했다.
변 명예교수는 제자들에게 분배경제학 등을 가르치며 성장을 우선시하던 한국 경제학계에 분배의 중요성을 알린 진보 경제학자다. 1950년대 경제통계학·계량경제학, 1960년대에는 경제변동론 같은 최신 이론을 국내에 도입하는 데에도 앞장섰다.
변 명예교수는 1960년 4·19혁명에 참여하고 1980년 5월 서울의 봄 당시 서울대교수협의회 회장으로서 시국선언에 앞장섰다가 4년 동안 해직되기도 했다. 1989년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창립 당시 공동대표도 맡았다.
서울대 교수직에서 해직되고 1982년 변 이사장이 설립한 ‘학현연구실’은 서울사회경제연구소로 이름을 바꿔 ‘학현학파’의 산실이 됐다. 변 이사장의 호 ‘학현’을 딴 ‘학현학파’는 ‘서강학파’, ‘조순학파’와 더불어 한국 경제학계의 3대 학파로 꼽힌다. 학현(學峴)은 ‘배움의 언덕’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학현학파로 분류되는 학자들은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 주요 보직에 기용됐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학현학파 출신으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 경제수석을 맡았던 홍장표 교수와 강신욱 전 통계청장, 원승연 금융감독원 부원장, 주상영 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등도 학현학파로 분류된다.
정대화 국가교육위원회 상임위원은 고인을 향해 “주류경제학이 득세하는 학문과 현실 경제의 풍토에서 비판경제학의 토대를 닦아 주류경제학과 비판경제학의 균형적 공존을 이룬 분”이라고 평가했다.
유족으로는 아들 변기홍씨와 딸 변기원, 변기혜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5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27일 오전 9시며 장지는 서울추모공원이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