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 회장이 현대백화점을 더 젊게 만들려 한다. 현대백화점은 전통적으로 고소득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명품을 파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젊은층도 찾아올 수 있도록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황 부진이 길어지는 데다 세월호 참사로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 대한 대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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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
현대백화점은 다음달부터 목동점과 무역센터점에 각각 남성복과 여성복 편집매장을 낸다고 10일 밝혔다.
편집매장은 의류나 생활용품 등 특정 종류의 상품을 팔 때 여러 브랜드 제품을 백화점이 선별해 같은 매장에 모아놓은 곳이다. 많은 브랜드를 한 곳에서 볼 수 있고 유행을 맞추기 쉽다.
이는 정지선 회장이 강력히 차별화를 요구하는 데 따른 것이다.
정 회장이 최근 임원회의에서 “차별화 없이는 성장할 수 없다”며 “모든 부문에 걸쳐 새로운 상품기획(MD)을 적극적으로 시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 회장은 “단기적 성과보다 장기적 관점으로 고객과 시장변화에 맞는 새로운 미래 MD전략을 추진하라”고 당부했다.
이런 정 회장의 주문은 현대백화점의 고객층을 좀 더 젊은층으로 넓히려는 시도로 보인다. 현대백화점은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한 명품 중심의 백화점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정 회장은 경기침체로 내수부진이 이어지면서 이런 이미지만으로 매출확대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1분기 매출 1조1438억 원을 올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987억 원으로 5.8% 감소했다. 2분기도 세월호 참사 여파로 실적이 좋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정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좀더 젊은층들도 현대백화점을 찾도록 하는 등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은 지난 2월 생활상품 편집매장 ‘일라비타’를 열었다. 이 매장은 월 평균매출 2억 원을 올리며 순항중이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의류 편집매장으로 확대하려고 한다. 현대백화점은 이번에 세울 의류 편집매장에도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을 들여오는 등 노력을 쏟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차별화 시도는 ‘팝업스토어’로도 나타나고 있다. 팝업스토어는 짧은 기간 운영하는 임시매장이다.
정 회장은 지난 4월 임원회의에서 “젊은 고객들이 쇼핑하면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재미있는 백화점을 만들어야 한다”며 “점포 주요 길목에 눈길을 끌 수 있는 팝업스토어를 설치해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주문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4월부터 약 2주 간격으로 새로운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특히 그달 4일에 ‘카카오톡’ 이모티콘 캐릭터를 활용한 의류와 문구를 파는 카카오프렌즈 팝업스토어를 개장해 눈길을 끌었다.
현대백화점은 또 청년층을 겨냥해 ‘컨템포러리 브랜드’ 판매도 강화하고 있다. 컨템포러리 브랜드는 명품보다 가격은 낮으나 일반 브랜드보다 개성과 세련됨을 중시한 중고가대 브랜드를 가리킨다. 유행에 민감한 20대와 30대가 주요 고객이다. DKNY와 마크제이콥스 등이 대표적 컨템포러리 브랜드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컨템포러리 브랜드 매출이 2012년보다 22.8% 늘었다고 지난 3월 밝히기도 했다. 특히 남성고객이 대상인 브랜드의 경우 매출이 29%나 늘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이 찾는 컨템포러리 브랜드가 각각 선호하는 방향에 따라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