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16조 원. HMM의 곳간에 쌓여있는 현금 규모다.
HMM은 7년 째 ‘주인 없는 회사’로 지내면서 곳간에 쌓인 자금을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 HMM이 예상보다 빠르게 새 주인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HMM이 풍부한 현금을 활용해 향후 투자 계획을 적극적으로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김경배 HMM 대표이사 사장. < HMM > |
하지만 HMM이 앞으로 빠른 속도로 새 주인을 찾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HMM이 풍부한 현금을 활용해 향후 투자 계획을 적극적으로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23일 HMM 안팎에서는 HMM이 조기매각되기 전까지는 16조 원의 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HMM은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로 현금성 자산이 10조3123억 원, 국공채와 정기예금 등 금융자산 4조616억 원, 주식 등 당기손익인식자산 1조4636억 원 등 약 16조 원이 곳간에 쌓여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년 하반기부터 해운 컨테이너 운임이 급등해 실적이 대폭 개선되면서 HMM의 현금 보유는 크게 불어났다.
하지만 HMM은 이를 활용할 마땅한 방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올해 3월
김경배 대표이사 사장이 취임한 이후 7월 HMM은 5년 동안 15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방안을 내놓기는 했다.
하지만 HMM이 현재 들고 있는 현금과 최근 글로벌 해운기업들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적절한 투자 규모인지를 두고 의문을 품는 시선들이 끊임없이 나온다.
HMM이 이처럼 현금을 활용하는 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데는 ‘주인 없는 회사’이기 때문이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된다.
HMM이 10년이라는 오랜 시간 불황의 터널을 지나오면서 7년 째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 체제 아래에서 ‘주인 없는 회사’로 있다.
최대주주는 산업은행으로 HMM의 지분 20.69%를 들고 있고 2대주주인 해양진흥공사는 19.96%를 보유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현금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HMM의 경쟁기업들인 글로벌 해운물류기업들을 보면 HMM이 한가하게 있을 때는 아니다.
덴마크의 머스크, 스위스의 MSC 등 HMM의 경쟁자들은 해상뿐만 아니라 육상과 항공물류까지 포괄하는 종합물류회사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적극적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HMM은 채권단 아래에서 새 주인을 찾기 전까지는 제한적으로 중장기 목표를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HMM의 현금 곳간이 당장은 풍족하더라도 부침이 있는 해운업황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새 주인이 나타나 책임을 지고 중장기 전략 속에서 투자에 나서기 전까지는 들고 있는 현금을 활용하기는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해운업황은 보통 ‘주기(사이클)’가 있는 산업으로 여겨진다. 운임이 급등하는 시기도 있지만 운임이 크게 하락하는 시기도 있기 때문이다.
해상 컨테이너운임의 지표로 활용되는 상하이컨테이너종합운임지수(SCFI)는 18일 기준으로 22주째 하락하면서 1306.84포인트까지 낮아졌다. 올해 1월 5천 포인트대까지 올랐을 때와 비교하면 30% 이하 수준이다.
올해는 그동안 좋아진 시장상황 영향으로 HMM이 역대 최대 실적을 새로 쓰더라도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당장 내년 실적은 장담할 수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해운업황이 더 하락세로 접어들기 전에 새 주인을 찾아야 HMM의 ‘몸값’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HMM이 빠르게 새 주인을 찾는다면 장기 비전과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는 데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HMM의 잠재 인수후보군으로 거론되는 포스코그룹, 현대차그룹 등은 든든한 그룹의 지원도 기대할 수 있는 곳들이다.
이런 가운데 앞으로 산업은행이 HMM의 지분 매각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기면서 주가도 뛰었다.
산업은행이 HMM의 지분 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가 22일 오후 늦게 나온 이후 23일 HMM 주가는 8.52% 상승한 2만2300원에 마감했다. 장 초반 한때 13%가량 뛰기도 했다.
22일 한국경제신문은 산업은행이 HMM의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 인수후보군들과 접촉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산업은행은 이와 관련해 HMM 매각과 관련해 시장 상황을 파악한 바는 있으나 구체적으로 특정 기업과 논의 및 이를 위한 실무팀 구성 등은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아직 인수후보자로 특정된 곳은 없지만 포스코그룹, 현대차그룹, LX그룹, SM그룹 등이 HMM의 잠재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