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기 전체 매출의 50%가량 비중을 차지하는 적층세라믹커페시터(MLCC) 사업에 파란불이 들어왔다.
올해 하반기 선제적 재고 축소를 진행했던 IT업체들이 내년 새로운 제품을 내놓으며 MLCC 가격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자동차 전장사업의 성장세도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 삼성전기가 내년 초 MLCC 업황 반등에 힘받아 올해 하반기에 겪었던 부진을 만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자동차 전장용 MLCC로 장식한 자동차 모형 모습. <삼성전기>
17일 증권업계와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들어 하락세를 보이던 MLCC 수요가 내년 1분기부터 반등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3년 1분기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23이 출시될 예정이고 중국 스마트폰 업체와 글로벌 TV업체들도 내년 2분기 새로운 모델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며 “MLCC 주문 증가가 내년 1분기에 나타면서 삼성전기의 실적 반등에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대만 시장조사기관인 트렌드포스도 최근 보고서에서 MLCC 제조사의 재고 관리와 전방산업의 감산에 힘받아 MLCC 제품 가격 하락 추세가 최근 완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렌드포스는 “글로벌 경제 불황지속에 따라 재고가 줄어들면서 MLCC 가격 하락세가 완화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자업계에서는 올해 4분기를 저점으로 MLCC 가격이 내년부터 점차 반등세를 보이면서 가동률 역시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MLCC는 전자제품의 회로에 전류가 안정적으로 흐를 수 있도록 제어하는 댐과 같은 역할을 하는 제품으로 스마트폰, PC, TV 등에 주로 활용돼 왔다.
MLCC 수요는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보복소비가 끝나고 중국에서 '제로 코로나19 정책'에 따른 봉쇄조치로 IT세트 제품의 생산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제품 수주액(Book)을 출하액(Bill)으로 나눈 비율을 의미하는 BB(Book to Bill)비율 지표가 2021년 4분기 0.88포인트 나타낸 뒤 올해 지속해서 1 이하에 머물고 있다. 이 BB비율지표가 1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것은 공급이 수요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MLCC 수요는 내년 전방산업인 IT업계의 새 제품 출시에 더해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가팔라지면서 다시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에는 전기차의 등장에 따라 자동차부품의 전장(전자장비)화가 가속화되면서 MLCC 쓰임새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 시대로 넘어가면서 MLCC 활용범위는 더욱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장용 MLCC는 내연기관차에 5천개 가량 탑재되지만 연산장치가 늘어나는 전기차에는 1만 개, 자율주행차에는 1만5천개까지 들어가게 된다.
더구나 전장용 MLCC는 고온과 고압의 가혹한 자동차 주행환경을 견뎌야 한다는 점에서 IT제품에 들어가는 MLCC보다 가격이 2~3배 높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
삼성전기는 고부가 제품인 전장용 MLCC 비중을 올해 3분기 기준 MLCC 매출 가운데 20%까지 끌어올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전장용 MLCC 제품 강화는 업계의 공통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최대 MLCC 제조사인 일본 무라타는 올해 자동차용 MLCC 생산량을 지난해보다 10% 늘리는데 이어 내년 2분기부터는 일본과 필리핀 공장에서 월 30억 개의 MLCC를 추가로 생산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기도 부산과 중국 천진공장에서 전장용 MLCC를 월 20억 개 추가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전장용 MLCC 생산계획에 대해서 구체적 수치를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단기적으로 시장 상황이 불확실하지만 전장용 제품 수요는 단단하게 받쳐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전장용을 중심으로 MLCC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삼성전기의 내년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는 수익성 높은 전장용 MLCC 제품비중을 키우고 있고 수요도 뒷받침 될 것으로 예상돼 IT용 MLCC 부진을 상당부분 상쇄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은 삼성전기가 2023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0조2771억 원, 영업이익 1조3153억 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2022년 실적 전망치보다 매출은 5.9%, 영업이익은 1.6% 늘어나는 것이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