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이 2012년에 이어 이번에도 LG디스플레이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말라.” 기업이나 조직 위기 관리에 있어 널리 알려진 이 격언이 최근 어려움을 겪는 LG디스플레이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업황 악화 등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올해 대규모 영업손실을 보며 위기에 빠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위기관리 경험이 풍부한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을 연말인사에서 교체하지 않고 올레드를 통한 재도약 과제를 계속 맡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현재 위기는 주로 외부적 요인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영업이익 2조2310억 원을 올렸지만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영업손실 1조2093억 원을 봤다.
자국 보조금에 힘 입은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의 LCD 저가 공세에다 TV시장 불황까지 겹치며 LG디스플레이가 올해 실적 부진에 빠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렇게 외부 요인으로 인해 실적 부진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올해 LG그룹 연말인사에서
정호영 사장이 교체되지 않고 유임할 것이란 시선이 많다.
정 사장은 LG생활건강과 LG화학을 거쳐 2019년 1조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보던 LG디스플레이에 대표이사로 다시 돌아와 구원투수 역할을 해냈다.
정 사장의 대표 취임 이듬해인 2020년 LG디스플레이는 영업손실 규모를 크게 줄인 뒤 지난해 다시 2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돌아섰다.
정 사장은 LG그룹 내 주요 경영자 가운데 그 누구보다 LG디스플레이 사업에 관한 이해도가 높은 데다 재무와 전략 관련해 철두철미한 성향을 가진 것으로 평가돼 현재 위기를 넘길 적임자로 꼽힌다.
정 사장은 과거 LG디스플레이에서 최고재무책임자로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6년 동안 일하면서 호황과 불황을 모두 겪은 베테랑 경영자로 평가된다.
특히 정 사장은 2012년 LG디스플레이 적자가 극에 달했던 시기에 위기를 잘 넘긴 경험을 갖고 있다. 당시 LG디스플레이는 2010년 4분기부터 2011년 말까지 누적 영업손실이 1조2천억 원에 이르렀다.
LG디스플레이는 현금창출능력이 급속도로 떨어지면서 차세대 제품 올레드(OLED) 디스플레이에 투자할 비용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당시 시장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1조 원대 유상증자를 단행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떠돌았는데 이 점이 악재로 작용해 LG디스플레이 주가가 고꾸라졌다.
정호영 사장은 당시 최고재무책임자로서 콘퍼런스콜에 나서 “유상증자를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다”며 시장의 투자심리를 안정시키는 데 주력했다.
그러면서 정 사장은 이자 부담이 낮은 자금 조달방안을 적극적 발굴해 재무구조를 안정시켰고 그 뒤 업황 회복기에 흑자 전환에 밑바탕이 됐다.
LG디스플레이는 2012년 연간 영업흑자 전환한 뒤 2013년에 흑자기조를 이어가는데 성공했다.
정 사장의 이런 위기 관리능력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은 바 있다.
2013년 미국 금융전문지 인스티튜셔널 인테스터가 세계 주요 투자자 및 증권 애널리스트 16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서 테크놀로지 및 하드웨어 부문 아시아 최고 CFO(재무책임자)로 선정된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실적 부진으로 부채비율이 지난해 3분기 157%에서 올해 2분기 162%, 올해 3분기 181%를 나타내며 재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 순차입금비율도 지난해 3분기 63%에서 올해 2분기 71%, 올해 3분기 84%로 상승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구광모 회장으로서는 LG디스플레이를 과거 위기에서 살려낸 공신이자 재무관리 경험이 풍부한 정 사장에게 올해 위기를 다시 극복할 기회를 줄 가능성이 높다는 시선이 많다.
정 사장은 올해 금리조건이 좋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 발행뿐 아니라 글로벌 은행들과 협약을 맺어 중소형 올레드 경쟁력 강화와 수출확대를 위한 투자자금을 조달하기도 하는 등 위기 극복을 위한 발판 마련에 힘쓰고 있다.
여기에 LG디스플레이가 맞닥뜨린 디스플레이 불황이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끝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정 사장의 어깨를 가볍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들에서는 현재 TV시장의 불황이 내년 상반기 정도에 바닥을 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3년 디스플레이 면적 수요가 올해보다 6.2% 늘어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면서 금리인상 폭도 줄어들고 수요가 다시 회복됨에 따라 2023년 하반기에는 시장 수요가 정상화 될 것으로 바라봤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경제가 바닥을 찍었다는 신호가 보이기 시작하면 초대형 TV용 디스플레이 수요 회복속도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정 사장은 시장이 막 형성되고 있는 TV용 대형 올레드 분야에서 압도적 위상을 구축한 데 이어 차량용 올레드와 IT제품용 중소형 올레드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업황 회복만 이뤄진다면 정 사장이 추구하는 올레드 대세화 전략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