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는 당좌비율이 100%인 기업을 안전하다고 판단하지만 제조업의 경우에는 75% 이상이면 대체로 안정적 수준으로 본다.
문제는 LG디스플레이의 당좌비율이 이와 같은 기준을 밑돌 뿐만 아니라 낮은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비율이 하락추세를 보이면 회사의 자금사정이 좋지 않아 매입채무나 미지급금의 증가를 통제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신호로 읽히기도 한다.
순차입금 의존도 역시 올해 3분기 기준 32.6%로 1년 전보다 4.6%포인트 높아졌다.
기업신용평가업계에서는 연결기준 순차입금의존도가 35%를 넘어서게 되면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을 밝히기도 해 LG디스플레이의 자금 조달 여건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
정 사장이 경영전략을 펼쳐나가는데 선택지도 많지 않아 보인다. 정 사장은 LCD용 디스플레이 사업을 축소하는 출구전략과 함께 그동안 집중해왔던 올레드 디스플레이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TV 및 IT세트의 소비수요 감소로 전방산업에서 밀려오는 업황 악화의 파고를 넘기는 역부족인 상황에 놓였다는 시선도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최근 수요 절벽을 만나면서 파주 올레드 공장 일부라인의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지는 점도 이런 시각에 힘을 보탠다.
결국 정 사장에게 남아있는 카드는 삼성전자와 올레드 디스플레이 사업에서 손을 잡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에 올레드 패널 납품하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수율 개선을 통해 올레드 패널 생산능력을 올해 130만 대 수준에서 내년 200만 대까지 늘려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TV용 패널은 140만~160만대, 모니터용 패널은 60만~80만 대로 파악된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는 소니에도 올레드 TV 패널 납품을 진행하고 있어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올레드 TV 제조에 필요한 패널 물량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로 파악된다. 삼성전자는 2023년 프리미엄 제품인 올레드 TV 강화에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겸 대표이사는 올해 9월 “올레드 TV의 생산능력을 늘려야 하고 소비자가 원하고 찾으면 라인업을 보강할 수 있다”며 “(LG디스플레이와 협상은) 항상 열린 마음으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도 프리미엄 TV 제품군을 강화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 바 있어 LG디스플레이와 협력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영무 삼성전자 VD사업부 영상전략마케팅팀 상무는 “2023년 TV시장은 올해 지속 중인 대외환경 불확실성 속에서 정체될 가능성이 있지만 초대형을 비롯한 프리미엄 TV수요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프리미엄 중심으로 제품을 지속하고 초대형 TV시장을 선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